고양이 커플 100쌍과 만나는 세상 속 이야기
[새책]둘이면서 하나인-행복한 커플 고양이들
- 이주영 기자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우리나라에도 '고양이의 날'이 있다는 걸 아는지? 9월 9로 지정된 이 날은 구사일생이라 불릴 만큼 강한 생명력의 고양이를 뜻하는 숫자 '9'와 세상 모든 고양이가 주어진 수명을 온전히 누리길 기원하는 의미로 한자의 오랠 '구(久)'자 음을 딴 날짜다.
저자인 고경원은 바로 이 고양이의 날을 만든 장본인. 2009년부터 해마다 고양이의 날 문화행사를 열고 있을 만큼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기자로 일하던 2002년 길고양이를 찍기 시작해 어느새 15년째 그들의 생활과 삶을 사진과 글로 녹여내고 있다.
'둘이면서 하나인-행복한 커플 고양이들'은 고경원의 5번째 책으로 2003년부터 2016년 사이에 만난 고양이 커플 100쌍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고양이에 대한 짧은 추억과 곁들인 생각이 사진과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펼쳐져 있다.
작가는 "처음엔 고양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 뿐"이었지만 "길고양이 세계로 다가갈수록 그 뒤에 숨은 고단한 삶이 보였다"고 말한다.
한 장 씩 넘기기 시작하면 엄마미소를 짓게 하는 고양이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금방이라도 한 판 붙을 듯한 기세의 고양이를 담은 '싸움의 기술', 쿵푸를 하는 듯한 모습의 '놓치지 않을거에요', 몸을 동그랗게 말은 '차이나타운의 식빵 주인'은 저절로 '오구오구'하는 감탄이 나오게 만든다.
그렇다고 마냥 웃으면서 볼 수는 없게 하는 것은 작가의 글 때문이다. 혀를 내밀고 메롱하는 고양이를 보면 귀엽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구강질환의 문제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에 제대로 몰랐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음식쓰레기를 먹고 살게 되는 길고양이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작가는 "착한 고양이로 살아남기란 어렵다"며 "동물에게 폭력을 쓰는 인간이 도처에 널린 이 땅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일침을 가한다.
고양이 100쌍을 만나다 보면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진다.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을 7개국 40여 곳에서 만났기 때문. 우리나라를 비롯해 고양이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아오시마, 파리 몽마르트르 묘지, 타이완 스펀의 장안교, 홍콩 란터우 섬의 타이오 등 숨어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그 마을의 풍경이 함께 다가온다.
작가는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고양이를 보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책 곳곳에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담뿍 표현한다.
사진을 보면 어떻게 이런 장면을 잘 포착해 냈을까 싶은데 그는 "길고양이의 삶에 개입하는 연출 사진은 찍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연출로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사진 백 장보다, 길고양이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려 찍는 사진 한 장이 내겐 더 의미 있다"는 나름의 사진 철학을 내비친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마음속에 고양이 커플 하나 정도는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부록으로 실린 고양이를 만난 장소를 되짚어 직접 가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다.(고경원 지음·안나푸르나·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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