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길고양이에 대한 두 가지 시선

길고양이들이 땅에 고인 물을 먹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News1
길고양이들이 땅에 고인 물을 먹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시선 하나.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후보 A씨가 내건 '길고양이 퇴치 공약'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공약이 담긴 전단지를 배부했는데, 전단지에는 '고양이를 퇴치 합니다'라는 공약과 함께 길고양이들이 가져올 피해와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길고양이 퇴치 활동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특히 전단지 내용 가운데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에서도 오류를 지적한 '길고양이들이 살인진드기와 조류독감을 옮긴다'는 잘못된 정보도 들어있었다.

#시선 둘. 연세대 동아리 '연냥심(연세대 냥이는 심심해)'에서 교내 길고양이 보호를 위해 모였다.

'연냥심'은 울음소리 등이 교내 면학 분위기가 방해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쫒겨날 위기에 처한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난해 6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는 길고양이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시선이 엄연히 존재한다. 위에서 살펴본 두 가지 사례를 통해서도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 갈등은 그동안 여러 사건을 통해서 표출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9년도 대규모로 '살처분 위기'에 몰렸던 거문도 야생 고양이들이나 2013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길고양이 학대 사건은 아직 우리 기억 속에 생생하다.

또 캣맘들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다는 이유로 욕을 먹거나 폭행을 당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밖에 결론은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2015년 발생한 용인 캣맘 벽돌사건 역시 한때 길고양이가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기도 했다.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사진 강동구 제공)ⓒ News1

반면, 대한민국 '정치 1번지' 국회를 비롯해 몇몇 지자체에서는 급식소를 설치하는 등 길고양이들을 도시생태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상반된 시선으로 야기된 '길고양이 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한 지역에서 없어지거나 약해지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고양이가 유입된다. 때문에 무분별하게 포획 후 안락사 시키거나 이주시켜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길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을 위한 방법으로 'TNR'을 실시한다. TNR은 포획(Trap)-중성화(Neuter)-방사(Retun)를 뜻하는 국제공용어로, 불임수술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주목적으로 한다. 중성화가 된 표식을 위해 고양이의 왼쪽 귀 끝을 0.9cm 정도 자른다.

TNR에 대해 길고양이 생태계에 사람이 개입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야생이 아닌 오랜시간 사람들이 만든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길고양이의 경우 반복된 임신과 출산, 먹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환경, 교미음과 영역 싸움으로 인한 소음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 TNR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런 선택 역시 인간만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닌 길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아름다운 공존을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 News1

woo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