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주인에게서 학대 받던 강아지 세 마리
[가족의 발견(犬)] 믹스견 륜, 혜화, 율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 혜화동의 한 골목엔 동네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강아지 삼총사가 살고 있었다. 어찌나 눈길을 끄는지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주민까지 있었다.
강아지들이 눈길을 모은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행색이 하나같이 너절하고 병색이 완연한 때문이었다. 세 마리 모두 오랫동안 굶은 듯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금방이라도 털에서 벌레가 기어 나올 것처럼 지저분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추레한 행색의 개들에게 주인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개들의 주인은 동네에서 '알코올 중독 할아버지'로 유명한 계란가게 사장이었다. 술에 취한 할아버지는 가게 맞은편에 개들을 묶어 놓은 채 방치했다. 사람들은 그가 개 주인이란 걸 알았지만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에게 개의 안위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개들의 행색이 어찌나 가여웠던지 주민들이 물이나 음식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골목을 지나는 학생들도 개들을 안쓰럽게 여겨 쓰다듬어주고 가곤 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줄곧 관심을 가져주는 보호자가 없는 탓에 개들은 계속 고통 속에서 비루하게 방치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지난 3월 말 한 남성이 '이대론 개가 굶어 죽을 것 같다'며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구조를 요청해왔다. 그는 "진짜 불쌍한 개들이 있다"면서 "이렇게 뒀다간 아이들이 죽을 것 같아 연락했다"고 했다.
케어는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 혜화동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관리를 버거워하는 것 같으니 우리에게 개를 넘기는 게 어떻겠냐"며 할아버지를 설득했다.
할아버지는 완강했다.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내 큰돈을 요구했다. 팔겠다는 개는 두 마리. 개들에게 매긴 값은 모두 115만원이었다.
당시 현장에 나간 김은일 케어 입양센터 팀장은 "작은 종이상자 옆에 묶여 있던 개들에겐 마실 물조차 없었다"면서 "거기다 할아버지가 교배를 시켜 개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었다. 어떻게든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케어 구조팀은 할아버지와 협상을 벌였다. 할아버지는 결국 세 마리를 모두 20만원에 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 4월 1일 세 마리의 강아지는 혜화동 골목의 작은 공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조팀은 개들에게 각각 륜, 혜화, 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혜화의 아빠이기도 한 륜은 특히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다행히 큰 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오랫동안 잘 먹지 못한 탓에 영양실조에 걸려 있었다. 현재 륜, 혜화, 율은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 중성화 수술도 마친 상태다.
김 팀장은 "세 마리 모두 주인에게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붙임성이 좋고 애교가 많다"면서 "특히 륜은 순하고 착해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아주 많다"고 설명했다.
륜, 혜화, 율은 케어 퇴계로 입양센터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들을 품어줄 진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름: 륜
△성별: 수컷 (중성화 완료)
△나이: 2015년생 추정
△체중 : 4kg
△품종 : 믹스견
△이름: 혜화
△성별: 암컷 (중성화 완료)
△나이: 2015년생 추정
△체중 : 4kg
△품종 : 믹스견
입소: 2016년 04월 01일
△이름: 율
△성별: 수컷 (중성화 완료)
△나이: 2014년생 추정
△체중 : 4kg
△품종 : 믹스견
◆'가족의 발견(犬)'코너는 반려동물 식품기업 네츄럴코어가 응원합니다. 네츄럴코어는 가족을 만난 아이들의 행복한 새출발을 위해서 사료 및 간식, 용품 등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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