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나온 번식장? 거긴 그나마 관리 잘 된 곳"
[개들의 지옥 '강아지공장'] ①가건물 속 반려견의 통곡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국이 '강아지공장(퍼피밀)' 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십만 명이 강아지공장 철폐를 위한 온라인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가 하면 동물보호단체 및 수의사단체 등 18개 단체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강아지공장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강아지공장으로 불리는 개 번식장은 말 그대로 개를 번식시켜 강아지를 생산하는 곳이다. 길거리 애견숍이나 대형마트·백화점, 동물병원 등에서 파는 강아지들이 태어난 곳이 바로 개 번식장이다.
공장에서 기계를 만들 듯 강아지를 찍어내는 이 번식장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지난 15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번식장의 실태를 공개한 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이 번식장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인공수정은 기본이고 발정 유도제까지 주사해 끊임없이 새끼를 낳게 했다. 수의사 자격증이 없는 업주가 직접 제왕절개로 새끼를 꺼낸 뒤 배 밖으로 나온 내장을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봉합한다는 증언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번식장이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생산업소 중 한 곳이라는 점이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번식장의 업주는 업자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베테랑'이다. 그는 19년간이나 번식장에서 생산한 강아지들을 경매장에 넘기는 일을 해왔다.
이 관계자는 "해당 번식장 업주가 업계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그런데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지 않아 이렇게 사태를 키웠다'며 다른 업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면서 "업계에선 이 일로 혹시 귀찮은 일이 생기진 않을지 다들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다른 번식장에 비하면 이곳은 그나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지난달 말 문제의 번식장을 직접 찾은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조 대표는 "보통 번식장은 개를 편하게 관리하려고 뜬장(아랫부분이 철망으로 제작돼 뚫려 있는 우리)을 설치한다. 그런데 이 번식장은 작은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판을 깔기도 했더라"면서 "청소가 잘 돼 있었고 나름대로 개를 관리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다른 곳의 실태가 오죽 엉망이면 내가 이런 말을 하겠나"라며 "농식품부에 신고된 번식장이 이 정도면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동물자유연대가 급습한 경기 남양주시의 한 불법 번식장은 강아지공장의 끔찍한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찬바람조차 막지 못하는 견사, 구멍이 숭숭 뚫린 비닐하우스에 개 80여 마리가 갇혀 있는 풍경은 '개들의 지옥도'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뜬장 밑엔 언제 청소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배설물이 쌓여 있었고, 거미줄과 먼지가 곳곳에 뒤엉켜 있었다. 귀신이 금방이라도 나올 듯한 광경이었다.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개들은 '구해달라'고 하는건지 울부짖기 시작했다. 상당수 개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까지 보이기도 했다. 종양으로 보이는 커다란 혹을 달고 있는 개도 있었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눈이 돌출돼 있는 개도 있었다.
이렇게 끔찍한 곳에서 개들은 평생 '출산 기계'로 살다가 새끼를 낳지 못하면 보신탕용으로 팔려나간다. 발정유도제까지 동원한 강제 임신·출산으로 사는 동안 최대 4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을 때까지 출산 때마다 반복해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개에게 번식장은 말 그대로 고통스런 '지옥'이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가건물 번식장에서 자라는 개들에겐 제대로 먹는 것조차 사치"라며 "번식장 업주들은 비싼 사료를 급여하는 게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철창 안에 갇혀 음식물 찌꺼기나 닭 머리 등을 먹는데 이마저도 매일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번식장이 전국적으로 많게는 3000여 곳 운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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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명 '강아지공장'으로 불리는 개 번식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강아지공장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동물보호단체 및 동물애호가로부터 그 심각성이 제기돼왔지만 여론은 뜨뜻미지근했다. 그런데 최근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온라인에선 수십만 명이 강아지공장의 철폐와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이 이처럼 크게 분노하는 이유는 강아지공장에서 '개들의 지옥'을 방불케 하는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공장의 실태와 구멍 뚫린 동물보호법, 그리고 개들의 눈물을 닦아줄 방법은 없는지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