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술 먹이고 낄낄낄'…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동물단체 "명백한 학대지만 처벌 안돼"…서울대 동물병원 부원장 "소량만 섭취해도 치명적"

지난해 4월 개에게 소주가 섞인 음식물을 먹여 만취하게 한 남성들이 올린 동영상 속 한 장면. (사진 동영상 캡처)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만취개’ 동영상이 SNS를 강타하고 있다. 3분 44초짜리의 이 영상엔 노란 옷을 입은 반려견 한 마리가 소주가 섞인 음식물을 먹고 취해 비틀거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게시물은 지난 10일부터 14일 현재까지 약 6만 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 영상은 사실 지난해 ‘만취 개 동영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영상 속 노란 옷을 입은 작은 체구의 반려견은 그릇에 담긴 무언가를 먹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남성은 “아 XX 너무 많이 먹는데, 이거 X됐다. 인마 바로 갈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한다.

약 2분의 시간이 흐른 뒤 개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비틀거리다 코를 박고 쓰러지기까지 한다. 이를 보고 있던 남성들은 깔깔대며 “소주 한 번 더 타볼까?”라는 말을 한다.

이 사례뿐만이 아니다. 반려견에게 술을 먹이는 장면을 담은 게시물을 올린 사건은 지난 6월에도 있었다. 일명 ‘개막걸리녀’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은 한 여성이 “막걸리 마시고 비틀비틀 토하고 난리다. 먹순아 우리 술 끊자”라는 내용의 글을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리며 알려졌다. 이 여성은 앙상한 모습의 반려견 두 마리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찍어 올리며 “일주일 굶겼더니만 그릇도 먹겠다, 얘들아”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반려견을 굶기고 막걸리까지 먹이는 학대행위를 한 여성이나 개가 비틀거릴 때까지 소주를 먹인 남성들은 모두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 7월 한 여성이 자기의 반려견에게 막걸리를 먹인 사진을 SNS에 올려 큰 논란이 일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News1

당시 ‘개막걸리녀’의 사연을 접하고 해당 여성을 경찰에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당시 해당 여성은 ‘우유를 먹이고 막걸리처럼 장난으로 올린 것’이라고 해명해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학대를 당한 반려견을 구조하기 위해 해당 여성 집에 찾아갔을 때 이미 한 마리는 예전에 죽었고, 나머지 한 마리만 구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죽은 반려견은 학대로 인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는 의심이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입증을 할 수 없어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당시 구조된 반려견도 온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평소 사랑을 받고 정상적인 관리를 받았다면 그런 상태가 될 수 없다”며 “해당 반려견은 구조된 지 몇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학대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상해가 발견되거나 죽지 않으면 학대를 당했다고 간주하지 않아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동물에게 벌어지는 학대는 입증하기가 어려워 처벌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 이사는 “동물은 증언이 어려워 무조건 증거를 확보해 제출해야 하는데 학대한 사람이 ‘그런 적 없다’고 해버리면 대부분 그냥 풀려난다”며 “개에게 술을 먹인 행위도 그 일이 벌어진 때와 이슈가 된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를 검사할 수가 없어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 이사는 “학대 행위로 사망에 이르러도 부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부검을 해서 증거로 제출해도 증거로 인정해주지 않아 사실상 처벌이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도 “개에게 술을 먹이는 행위는 상해라고 할 수도 없고 알코올로 인해 간손상이 왔다고 하더라도 알코올로 인한 건지 원래 간이 안 좋은 건지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많은 이가 그런 영상에 공분하지만 동물학대 행위로 처벌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에게 강제로 알코올을 섭취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황철용 서울대 동물병원 부원장은 “개는 몸집이 작기 때문에 소량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치명적”이라며 “동물은 알코올 분해 속도가 느릴뿐더러 심각한 간손상이 뒤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부원장은 “체구가 다르기 때문에 치사량은 개체별로 다르지만 막걸리를 먹은 반려견과 소주를 먹은 반려견은 몸집이 작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건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동물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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