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화 연출 "왕·음악가·극작가 셋이 깔깔 웃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을 것"
창작 뮤지컬 '오페라' 개막…"예술적 이상향을 갈망한 세 사람의 서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1~18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7세기 프랑스 절대왕정기, 화려한 궁정 뒤편에서 예술적 이상향을 함께 좇고 끝내 비극적 파국을 맞이했던 세 실존 인물이 뮤지컬 무대에서 되살아난다.
지난 9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창작 뮤지컬 '오페라' 프레스콜에 이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창작진과 주연 배우들이 참석해 각자의 배역과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뮤지컬 '오페라'는 태양왕 루이 14세, 궁정 작곡가 장 밥티스트 륄리, 당대 최고의 극작가 몰리에르의 만남과 갈등, 이별의 궤적을 엮어낸 신작이다. 작품의 제목 '오페라'는 고전 음악극이라는 특정 장르를 넘어, 세 사람이 치열하게 갈망했던 완벽한 예술적 이상향이자 완성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추정화 연출은 "동시대에 함께 작업하고 헤어진 세 인물의 관계에 주목했다"며 "각자의 지위를 내려놓고 함께 웃으며 창작하던 찰나가 가장 행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치열한 삶을 살아낸 이들을 통해 인생의 참된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고 연출 의도를 짚었다.
허수현 작곡·음악감독은 "바로크 선율과 릴리의 음악을 탐구해 현대 뮤지컬 어법으로 재해석했다. 밴드 구성을 중심으로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를 조화롭게 엮어 풍부한 색채를 입혔으며, 작품의 극적인 서사와 캐릭터의 굴곡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고 음악적 지향점을 설명했다.
김병진 안무감독은 "세 캐릭터의 개성 대비에 집중했다. 루이는 절제미 속에 내면의 결핍을 뒤틀린 움직임으로 드러냈고, 릴리는 척박한 현실을 뚫고 솟구치는 강한 에너지를 담았다. 몰리에르는 특유의 자유로움과 재치를 신체 언어로 시각화했다"고 안무 포인트를 꼽았다.
뮤지컬 '오페라'는 절대 권력자라는 화려한 외피 아래 불안을 숨긴 왕, 척박한 출신 성분을 딛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친 음악가, 억압적인 체제 속에서도 예술적 자유와 웃음을 포기하지 않은 극작가가 엮어내는 서사다. 이들 각자가 결핍을 딛고 하나의 무대를 직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 본연의 행복과 연대의 가치를 되묻는다.
루이 14세 역의 문태유는 "두려울수록 감정을 철저히 숨기며 상대를 뜻대로 움직이고자 매 장면마다 새로운 가면을 갈아치우는 영리하고 전략적인 면모로 절대 권력 이면의 결핍을 그렸다"고 전했다.
같은 역의 조병규는 "자아 확립 전 겪은 왕위와 트라우마로 인해 비전형적이고 기괴한 행동 양식이 표출될 수 있다고 봤다"며 "이 특수한 심리를 대본과 넘버에 녹여 권력을 향한 강박적 집념의 원동력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자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륄리 역의 임태헌은 "륄리는 자갈밭에 놓인 고성능 스포츠카 같은 인물이다"며 "순수한 열정이 생존을 위한 권력 유지 강박으로 변질되는 현대인의 고뇌를 투영해 완성했다"고 배역을 풀이했다.
박한근 역시 "륄리는 성공의 기회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다"며 "살아남기 위해 타란텔라를 춰야 했던 인물의 애처로움과 처절한 에너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몰리에르 역의 양지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에서 사랑하는 예술을 펼치다 떠난 몰리에르의 삶은 창작자로서 몹시 부러운 여정이다"며 "후대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의 면모와 함께, 시대를 관통하며 예술적 열정을 불태운 뜨거운 생애를 무대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정욱진은 "유머를 인위적으로 꾸미기보다 동료들에게 마음을 먼저 열며 극단을 이끄는 단장의 여유를 체화했다" "배우들과의 깊은 유대 속에서 자연스러운 엉뚱함과 자유로운 에너지를 끌어내며 웃음으로 권력에 맞서는 인물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여주인공 아르망드 역할도 막중하다. 극작가 몰리에르의 곁에서 예술적 신념과 사랑을 지키는 핵심 인물로 등장해 세 사람 사이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잡아준다.
아르망드 역의 정하은은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 있게 사랑을 드러내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다"며 "흔들리는 인물들 곁에서 강한 신념과 애정으로 극단을 든든하게 지키는 면모를 섬세하게 그렸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백서진은 "갈등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단단한 여성이다"며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극단의 중심을 잡는 주체적인 존재감을 무대에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오페라'는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10월 1일부터 18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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