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 "미나, 드라큘라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죠"…신에 맞서 지킨 400년 순애보
뮤지컬 '드라큘라' 미나 역 조정은 기자간담회
공연은 LG아트센터 LG 시그니처 홀에서 10월 18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신에게 반역하면서까지 한 여인을 갈망한 400년의 세월,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처절한 순애보가 펼쳐진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뱀파이어 백작에게 빠져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드라큘라'에서 미나 역을 맡은 조정은은 23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미나의 자리를 지켜 온 조정은은 "드라큘라가 신의 반대편에 서면서까지 한 여인에게 바친 헌신과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오랜 세월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며 "신에게 가장 순종적이었던 전사가 엘리자베스의 죽음 이후 400년간 어둠 속에 갇혀 살면서도 오직 그만을 찾아 헤맸다는 서사는 미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극 중 미나는 본래 규범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지만, 드라큘라와 마주하는 순간 내면의 거센 균열을 겪는다.
조정은은 "고전 원작 속 악마의 화신이었던 괴물이 현대로 넘어오며 인간적인 감정을 품은 비극적 주인공으로 진화했다"며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미나를 무너뜨리는 맹렬한 유혹이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나는 머리로는 안 된다고 치열하게 밀어내면서도 가슴속에서는 지워지지 않는 본능적인 끌림을 느낀다"며 "배고플 때 눈앞의 음식에 손이 절로 가듯,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이 솟구치는 순간을 무대에서 숨기지 않고 날카롭게 드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결말에 대해서도 깊은 해석을 내놓았다.
조정은은 "400년 동안 저주받은 삶을 끝내고 드라큘라를 구원해 줄 유일한 존재가 미나였다"라며 "가장 잔인한 부탁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손에 안식을 찾고 싶어 한 드라큘라의 마지막 선택은 미나에게도 씻을 수 없는 사랑의 무게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각오로 무대에 올리고 있다는 조정은은 매 회차 완벽한 감정선을 전달하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브 무대 특유의 긴장감을 즐기면서도 고도의 절제된 일상을 유지하는 이유 역시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드라큘라의 거친 유혹과 미나의 숭고한 갈등을 완성해 내는 것은 배우의 치열한 내면 탐구다. 어둠의 화신을 거부하지 못하고 파멸과 구원의 경계에 서는 미나의 눈빛은 400년을 건너온 맹목적인 순애보가 왜 현대 관객의 심장마저 뒤흔드는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편 뮤지컬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브로드웨이 명작이다. 죽음을 초월한 400년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웅장한 넘버와 화려한 무대 장치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도 초연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연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LG 시그니처 홀 무대에서 10월 1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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