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비집고 피어난 생명력"…황태하 '땅을 디디고서 우러르다' 展
갤러리지지향 10월 11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도심의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올라온 이름 모를 잡초 한 포기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다시 돌아보라는 물음을 던진다.
파주출판도시 갤러리지지향은 오는 10월 11일까지 흙과 식물의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온 황태하 작가의 신작 전을 개최한다. 지난 10일 막을 올린 '땅을 디디고서 우러르다 앳 이즈(AT EASE)'는 굳건한 대지를 딛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들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 갈등과 차별에 갇힌 인간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자리다.
전시장에 걸린 25점의 회화는 작가가 오랫동안 파고든 흙과 뿌리의 서사를 한 단계 넓힌 결과물이다. 2020년 첫 개인전 이후 줄곧 대지의 소중함을 화폭에 옮겨온 그는 이번에 도심의 인위적인 울타리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들은 재산이나 신분, 너와 나를 가르는 수많은 벽을 세우며 살아가지만, 자연의 풀잎은 그런 인위적인 구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담장 너머로 줄기를 뻗는다. 작가는 아무런 통제 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번져가는 야생초의 모습에서 각박한 현대 사회를 치유할 실마리를 발견했다.
작품 속 식물들은 단순히 위를 향해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발밑의 거친 흙을 단단히 밟고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음의 평온과 휴식'을 뜻하는 전시 부제처럼, 일상의 날 선 긴장을 풀고 자신이 머무는 현실을 긍정할 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황 작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통해 온갖 억압에 짓눌린 현대인들이 인위적인 테두리 바깥의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바탕을 다지는 존재의 참뜻을 나누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를 마련한 화랑 측도 공감의 목소리를 더했다. 갤러리지지향 강경희 대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풀잎과 흙을 다룬 그림이지만, 독자들에게 스스로 갇혀 있는 울타리의 정체를 묻는 힘이 있다면서 관람객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곁에 있는 생명들을 따뜻하게 마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생태적 연대의 가치를 차분하게 일깨운다. 높은 빌딩 숲에 갇혀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거친 땅을 딛고 하늘을 우러르는 들풀의 태도는 흔들리는 일상을 붙잡아 줄 훌륭한 길잡이다. 눈앞의 벽에 부딪혀 지친 이들이라면 가을빛으로 물든 파주 전시장에서 발밑의 생명들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를 느껴볼 기회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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