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 현대 미술 과거·현재 담고 미래까지 향한다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 변용의 기술' 테마로 83일간 여정
제주 전역 11월 15일까지
- 김정한 기자
(제주=뉴스1) 김정한 기자 = 제주가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미술계와 뜨겁게 소통한다. 제5회 제주비엔날레가 지난달 25일 개막해 11월 15일까지 83일 동안 제주 전역을 미술 무대로 물들이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 변용의 기술'이다. 섞고(허끄곡), 모으고(모닥치곡), 흥을 돋운다(이야홍)는 뜻을 담았다. 제주어처럼, 제주의 독특한 토착 문화가 외부 세계와 만나 새롭게 변화해 온 과정을 담아냈다.
17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키워드인 '변용'에 대해 "대륙 문화가 제주도로 와서 토착 문화와 어떻게 섞이고, 어떻게 융합되어, 어떻게 독창적인 문화로 정착됐는지를 살피는 열쇠다"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번 비엔날레는 이러한 '변용'을 제주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신화에서부터 이해하며 더 나아가 제주의 '언어'가 세계와 만날 수 있는 장을 모색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주 비엔날레는 기획력이 돋보인다. 18억 원이라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제주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테마를 설정해 전 세계 20개국에서 69개 팀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규모를 키웠다.
이번 제주 비엔날레는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원, 역사, 유산에 자신감이 얹히면서 세계를 온전하게 지향하는 힘이 생겼다. 로컬 비엔날레의 한계를 멋지게 깨부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글로컬 비엔날레로 거듭났다. 10년의 역사를 지속해 온 행사의 정체성이 마침내 정립됐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변용의 기술을 '유배', '돌문화', '신화' 세 가지 주제로 만난다.
'유배'는 추사 김정희의 발자취에서 시작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추사의 시선과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엮어 깊이 있는 역사를 보여준다.
'돌문화'는 화산섬의 자연을 담은 절경을 보여 준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인공지능(AI)과 현대 조각을 결합한 작품들을 선뵈며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묻는다.
'신화'는 원도심 공간에서 펼쳐진다. 제주의 건국 신화와 해녀, 굿 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제주아트플랫폼의 커다란 미디어 벽화와 옛 극장을 채운 초상화들은 관람객에게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본 전시가 펼쳐지는 제주도립미술관에 들어서면 자연의 퍼포먼스를 무대에 올리는 작가인 피에르 파브르의 거대한 설치미술 제주 라바(Lava)가 관람객을 반긴다. 수천 년 전 바다에서 솟아난 화산섬을 나타낸 조형물이다. 3만 5000년 된 선사시대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2011년 프랑스에서 선보인 화산의 형상을 이번에 다시 제주에서 펼치며 자연과 예술의 동서양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전시 기간에는 작가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와 전통 굿 행사가 함께 열린다. 10월에는 옛 영화관이었던 제주아트플랫폼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과 국제 학술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가장 제주다운 이야기로 세계와 손을 잡은 이번 비엔날레는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특별한 문화의 장이 되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를 비롯해 제주아트플랫폼,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레미콘까지 제주 곳곳의 5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민갤러리에서는 이진경의 시작 '나는 초록인가'를 통해 제주 민란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숱한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초록'은 끊임없이 미래를 지향하는 제주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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