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시댄스 2026' 9월 개막…'연결의 몸' 주제로 8개국 31편

개막작은 울티마 베스 '보이드'…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 무대
임현정·김재덕 '그래도, LIVE'부터 댄스 마라톤까지

시댄스2026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며 오는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분열현상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요즈음, 예술축제도 이의 해소를 위해 다소나마 기여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전환×황홀경'이라는 열쇠 말을 떠올렸습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29일 서울 종각역에서 열린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26, 이하 '시댄스2026')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댄스2026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며 오는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이 감독은 "올해는 어떻게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작품을 선정했다"며 "서울의 예술가들만 부르지 않고 다른 지역 예술가들도 '비욘드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통합과 공동체의 회복을 생각하며 작품을 꾸렸다"고 했다.

올해 축제는 '트랜스×트랜스'(TRANS×TRANCE, 전환×황홀경)'를 화두로 한국을 포함한 8개국의 31편을 해외초청, 국제합작, 국내초청, 기획제작 프로그램으로 소개한다. 올해 주제는 국가와 문화, 장르와 세대, 인간과 자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몸으로 다시 연결되는 감각을 묻는다.

시댄스2026은 공연뿐 아니라 댄스필름 상영, 인문학 강의, 마스터클래스, 워크숍, 관객과의 대화,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무용의 문턱을 낮춘다.

사진은 국내초청작. 시댄스2026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며 오는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임현정·김재덕부터 댄스 마라톤까지…국내초청·기획제작으로 넓힌 시민형 시댄스

기획제작과 국내초청 프로그램은 올해 시댄스가 강조하는 '연결'의 방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피아노와 현대무용의 협업, 한국 전통춤의 재해석, 지역 무용의 서울 초청,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댄스 마라톤까지 무대와 객석, 예술가와 시민 사이의 경계를 낮추는 작품들이 배치됐다.

기획제작 '그래도, LIVE'(Live Anyway)는 9월 10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안무가 김재덕의 트리플 빌로 열린다. 팀 카타르시스의 '신청곡 콘서트'(Ask & Play), 임현정과 김재덕의 '댄싱 바흐', 김재덕이 이끄는 모던 테이블의 '볼레로'가 이어지며 관객의 이야기, 바흐의 대위법, 라벨의 음악 구조를 춤과 음악으로 재구성한다.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평균율은 대위법이라는 복합적인 음악 언어로 이뤄진 곡"이라며 "바흐 음악은 엄격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자유로운 안무와 즉흥을 통해 어떻게 재탄생할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덕 안무가는 "처음 함께 맞춰 봤을 때 새로운 수혈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음악에 내재한 즉흥성을 관객에게 흥미롭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구성을 잡을 생각"이라고 했다.

사진은 기획제작 관련 이미지. 시댄스2026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며 오는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국내초청 프로그램에서는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각시: 까르르'(GAKSI: Peals of Light)가 9월 6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 오른다. 정보경은 한국적 컨템퍼러리 무용을 구축해 온 안무가로, 이 작품은 2016년 초연작 '각시'의 확장판이다. 아함아트프로젝트의 '뉘엿 뉘엿-아스라히'는 9월 8일 같은 공연장에서 한국전쟁과 치매 환자의 일몰증후군에서 출발한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정보경 안무가는 "'각시'는 15분짜리 짧은 버전에서 출발해 10년간 여러 버전으로 다양한 생각을 담아낸 작업"이라며 "올해 처음으로 1시간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과 한국성을 지키는 일은 젊은 작가들에게 축제 같은 일"이라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탐구하지만 아직 특별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열혈예술청년단의 '바디 그라데이션'(BODY GRADATION)은 9월 8~9일 나루아트센터 스페이스76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움직임과 신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춤은 무엇이며 춤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춘천 기반 단체 춤추다 추임의 어린이 무용극 '갓을 쓴 도깨비, 갓깨비'는 9월 12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 올라 가족 관객과 만난다.

코스모스인아트의 '신인류: 아가미 인간'(New Humanity: Gill-Human)은 9월 11~12일 서울무용창작센터에서 관객이 잠수함 형태의 객석에 탑승하는 이머시브 무용공연으로 선보인다. 9월 16일 같은 공간에서는 김형민의 '드루와', 정윤정의 'Blur', 정승준의 '오인: 가장 가까운 타인'이 'Beyond Seoul' 지역초청 트리플 빌로 묶인다.

전통춤과 동시대 감각을 잇는 무대도 이어진다. 벽사춤의 '회귀의 궤적'은 9월 14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승무의 수행성과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진옥섭이 연출한 씻김의 '무악과 만나는 몸의 자전'은 9월 16일 같은 공연장에서 무악과 춤꾼의 만남을 몸의 의례로 풀어낸다. 모든 컴퍼니의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9월 19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전통 음식과 춤·음악이 어우러진 치유 의식을 제안한다.

진옥섭은 "SIDance를 통해 당시 필립 트레라와 수잔 링케 등 많은 예술가를 봤고, 전통을 하던 저에게는 감격스러운 세상이자 세상을 새롭게 보는 창이었다"고 회고했다.

'시댄스 투모로우'(SIDance Tomorrow)는 9월 15일과 18일 서울무용창작센터에서 김규년, 김혜현, 김효준, 샤를 브레카르, 김시원, 김영웅, 김재진, 이진우, 플라비앵 에스미외 등 9명의 안무가를 소개한다. 올해 신설한 시민참여 프로그램 '댄스 마라톤'(Dance Marathon)은 9월 19일 서울무용창작센터에서 전공과 장르에 상관없이 춤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무대와 워크숍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재진 안무가는 "'SIDance Tomorrow'는 젊은 안무가의 기획 공연"이라며 "거창한 이야기보다 젊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에너지와 제 또래의 생각을 담아 저희만의 역할을 최대한 잘 해내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해외초청작. 시댄스2026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며 오는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울티마 베스 개막작부터 한·일·캐나다 합작까지…해외초청·국제합작이 묻는 연결

해외초청과 국제합작 프로그램은 시댄스2026의 국제성과 올해 주제인 '연결'을 동시에 드러낸다. 벨기에,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의 현대무용 흐름과 한국·일본·캐나다, 프랑스·한국, 독일·한국, 이탈리아·한국의 공동창작이 한 축제 안에서 서로 다른 신체 언어를 교차시킨다.

개막작은 벨기에 현대무용단 울티마 베스의 '보이드'(Void)다. 9월 2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맞아 마련된 상징적 무대이기도 하다. 빔 반데케이부스가 1986년 창단한 울티마 베스는 거칠고 본능적인 신체성과 극한의 에너지를 탐구해 온 단체로, 올해는 댄스필름 '블러시'(Blush)도 서울영화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상영한다.

스페인 토마스 눈 무용단의 '사기꾼'(Impostor)은 9월 3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공연된다. 인형과 신체의 관계를 통해 "나는 정말 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독일 카셀주립무용단의 '황홀경에 대하여-변형된 교향곡'(Let's Talk About Trance-Transmuted Symphony)은 9월 4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펑크와 트랜스, 의례의 감각을 바탕으로 몸의 원초적 에너지와 변형의 순간을 탐구한다.

김지연 독일문화원 직원은 "올해 SIDance에서 탄츠 카셀을 초청해 주셔서 독일 외무부와 함께 지원하게 됐다"며 "탄츠 카셀의 공연이 한국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울림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여성 콜렉티브 파리니 세콘도의 '히트 아웃'(HIT OUT)은 9월 19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줄넘기를 운동 도구가 아닌 신체 리듬을 만들어내는 타악기로 재해석한 안무·음악 프로젝트로, 1년간의 줄넘기 트레이닝을 퍼포먼스로 확장한다.

에리카 주한이탈리아문화원 담당은 "현대무용은 대화의 장이자 예술적 교류의 힘이 큰 분야"라며 "파리니 세콘도 팀의 작품과 안드레아 코스탄초 마르티니의 작품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국제합작 관련 이미지. 시댄스2026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며 오는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국제합작의 첫 축은 일본·한국·캐나다 안무가가 참여한 JKC 프로젝트의 'ANY'다. SAI 댄스 페스티벌 최병주 예술감독 기획으로 츠치다 타카요시, 정재우, 샤를 브레카르가 협업한 이 작품은 9월 3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공연되며,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는 동시대 움직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프랑스 시네쿠아논아트와 한국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의 '욕망은 혼란을 부른다'(Our Desires Make Disorder)는 9월 5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공연된다. SAL의 부예술감독 최호종이 리허설 디렉터이자 무용수로 참여하며, 욕망과 자유, 공동체의 의미를 신체와 이미지로 풀어낸다. 독일·한국 협업작 '위 홀드 더 라인'(We Hold the Line)은 9월 11일 나루아트센터 스페이스76에서 검열과 폭력에 맞서는 예술적 저항과 집단적 애도의 방식을 다룬다.

이탈리아·한국 공연예술 제작사 골든 몽키의 신작 '칸티코'(CANTICO)는 9월 19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프란치스코의 삶과 다리오 포의 헌정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라이브 음악, 움직임, 텍스트, 음성, 사운드, 시각 매체를 결합해 단절된 시대에 '온전히 살아 있음'의 의미를 묻는다.

한편, 1998년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세계총회 서울 유치를 계기로 탄생한 시댄스는 지난 28년간 외국 465개, 국내 622개 단체와 예술가를 소개했고 한국무용의 해외 진출도 약 90회 연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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