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PICK] 9만2000명이 함께 부른 ‘아리랑’…BTS가 뒤흔든 파리의 밤

BTS 콘서트 단일 회차 최다 관객
태극·탈·승무 품은 360도 무대…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관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8/뉴스1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 공연장이 관객들로 가득 차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8/뉴스1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 무대에서 불꽃 연출이 펼쳐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6.7.18/뉴스1

(파리=뉴스1) 이준성 특파원 =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연막탄을 들고 경기장을 가로질렀다. 뒤이어 같은 색 옷을 입은 수십 명의 댄서들이 중앙 무대로 달려 나왔다. 불꽃이 하늘로 솟구치고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모습을 드러내자 프랑스 파리 외곽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가 거대한 함성에 휩싸였다.

화약 냄새가 객석까지 번졌다. 관객들이 일제히 발을 구를 때마다 스타디움 바닥이 울렸다.

방탄소년단은 17일 오후 7시30분 정규 5집 수록곡 ‘훌리건’(Hooligan)으로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BTS WORLD TOUR ‘ARIRANG’ IN PARIS) 첫날 공연의 막을 올렸다. ‘에일리언스’(Aliens)와 ‘달려라 방탄’(Run BTS)이 쉼 없이 이어지며 공연장은 시작부터 달아올랐다.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이날 공연에는 9만2000명이 입장했다. 방탄소년단이 데뷔 이후 개최한 콘서트 가운데 단일 회차 기준 가장 많은 관객이다.

공연장을 향한 열기는 수시간 전부터 감지됐다. 스타 드 프랑스가 있는 생드니로 향하는 도로에는 차량 정체가 이어졌고, 지하철 13호선은 여러 대를 그냥 보내야 할 만큼 승객들로 붐볐다. 공연장 인근에서 차량을 내려 걷기 시작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긴 행렬을 이뤘다.

인파는 많았지만 움직임은 차분했다. 관객들은 안내에 따라 줄을 지어 걸었고, 공연장 입구에서도 큰 혼잡 없이 차례로 입장했다.

길 위에서는 프랑스어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가 뒤섞여 들렸다. 각국 국기를 어깨에 두른 팬들 사이로 보라색 옷과 한복, 태극기, 멤버들의 이름이나 ‘아리랑’ 문구가 새겨진 의상을 입은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관객의 연령대도 넓었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RER에서 만난 한 모녀는 ‘아리랑’ 상징을 붙인 모자와 BTS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날 공연을 위해 모자와 티셔츠를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 전 스타디움에는 한국 전통 타악기를 활용한 음악이 흘렀다. 대형 스크린에는 응원봉 사용법이 안내됐고, 관객들은 한 손에는 응원봉을,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를 든 채 멤버들의 등장을 기다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6~2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럽 투어를 시작한 뒤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독일 뮌헨을 거쳐 파리에 도착했다. 유럽 5개 도시에서 두 차례씩 총 10회 공연하는 일정으로 전 회차가 매진됐다. 방탄소년단의 유럽 투어는 2018년 10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투어 이후 약 7년8개월 만이다.

앞선 도시에서도 수만 명이 스타디움을 채웠다. 마드리드 첫날 공연에는 약 7만명이 모였고, 지난 6~7일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두 차례 공연에는 총 13만명, 회당 약 6만5000명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에서는 이보다 많은 9만2000명이 한 차례 공연장을 채웠다.

스타드 드 프랑스 공식 예매 페이지에도 17일과 18일 공연은 모두 매진된 것으로 표시됐다. 방탄소년단은 18일 두 번째 파리 공연을 끝으로 유럽 투어 일정을 마무리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8/뉴스1

거대한 관객을 사방에서 마주한 것은 이번 투어를 위해 설계된 360도 무대였다. 중앙의 회전식 원형 무대에서 네 방향으로 돌출무대가 뻗어 나갔다. 멤버들은 한쪽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네 갈래 무대를 골고루 오가며 관객들과 마주했다.

스타디움 규모 탓에 육안으로 보는 멤버들의 모습은 작았지만 무대 주변에 설치된 다수의 대형 스크린이 표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멤버들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관객들의 시선과 응원봉, 휴대전화 화면도 함께 움직였다.

무대의 중심에는 한국의 전통적 상징이 놓였다. 경회루를 본뜬 정자형 구조물이 중앙에 세워졌고, 회전하는 원형 무대는 태극 문양을, 사방으로 뻗은 돌출무대는 건곤감리를 상징하도록 설계됐다.

‘데이 돈트 노 바웃 어스’(they don’t know ’bout us)에서는 댄서들이 휴대용 스크린을 들고 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미지를 펼쳤다.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 무대에서는 대형 흰 천이 무대를 감싸며 파도처럼 일렁였다. 승무의 궤적을 거대한 천의 흐름으로 옮긴 장면이었다.

‘낫 투데이’(Not Today)에서는 빨강과 파랑의 빛이 원형 무대 위에서 태극을 그렸다. 한국의 전통적 형식은 그대로 복원되기보다 영상과 조명, 전자음악, 대형 무대 장치 속에서 현재의 공연 언어로 변주됐다.

‘아이돌’(IDOL)이 시작되자 무대의 경계는 경기장 전체로 넓어졌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깃발, 발광 리본을 든 댄서들이 스타디움 트랙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멤버들이 객석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관객들은 몸을 돌려 이들을 따라갔고 함성도 경기장을 휘감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응원봉을 들고 관람하는 모습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 공연 중 대형 스크린에 잡히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쳐.재판매 및 DB금지) 2026.7.18/뉴스1

공연 중간중간 대형 스크린에는 객석의 관객들이 비쳤다. 이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별도의 소개는 없었다.

멤버들도 프랑스어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RM은 “파리에 와서 정말 기쁘다”며 “파리 여러분이 가장 뜨겁다. 파리는 마법 같고, 파리는 무적”이라고 말했다. 뷔는 자신이 좋아하는 프랑스 음식으로 에스카르고와 크루아상, 와플을 꼽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멤버들은 9만2000명이 모인 이날 공연의 의미도 거듭 되새겼다. 지민은 방탄소년단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모인 콘서트라며 파리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고, 진은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팬들 앞에 선 이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은 공연을 마치며 관객들에게 “조심히 돌아가세요”라고 인사했다.

열기는 ‘버터’(Butter)와 ‘다이너마이트’(Dynamite)에서 다시 치솟았다. 특히 ‘다이너마이트’의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해가 넘어가고 스타디움이 어둠에 잠기자 곡에 따라 색을 바꾸던 수만 개의 응원봉이 객석에서 별처럼 빛났다.

관객들은 영어 노래뿐 아니라 한국어 노래도 따라 불렀다. 멤버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차례로 외쳤고, 민요 ‘아리랑’의 선율이 흐르자 익숙한 한국어 가사를 한목소리로 불렀다.

공연을 관람한 대학생 마엘 데지레는 “죽기 전에 꼭 경험하고 싶었던 공연이었다”며 “이제 여한이 없다.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마치 꿈을 꾼 것 같고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과 함께 대형 불꽃이 스타디움 상공을 밝혔다. 불꽃이 사라지고 공연이 끝나자 9만여명의 관객들은 안내에 따라 줄을 지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공연장 안에서 발을 구르며 바닥을 울렸던 사람들은 퇴장길에서는 소요나 큰 혼잡 없이 차분하게 움직였다.

9만2000명이 함께 만든 파리의 밤은 거대한 불꽃으로 끝났고, 그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한국어로 부른 ‘아리랑’의 여운이 남았다.

(취재지원 김은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8/뉴스1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18/뉴스1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18/뉴스1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18/뉴스1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 무대 주변으로 연막이 퍼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6.7.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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