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시간의 기록"…佛 실험영화 거장 장 클로드 루소 작품 25편 본다
40여 년 작품 세계 선봬…'소나기가 오기 직전', 23년 만의 재상영 주목
국현 서울관 MMCA영상관 24일~8월 2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프랑스 실험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장 클로드 루소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다. 작품 25편이 23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마주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4일부터 8월 2일까지 열흘 동안 서울관 MMCA영상관에서 (사)무빙이미지포럼과 손잡고 '장 클로드 루소: 2026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엑스레트로' 상영회를 연다.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그의 초기 필름 작품부터 최근의 디지털 영상까지 총 25편의 대표작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2003년에 제작된 '소나기가 오기 직전'이다. 이 영화는 감독이 과거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전주에서 직접 카메라에 담은 영상이다. 한국에서 잉태된 실험영화가 무려 23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한국 관객의 눈앞에 상영된다는 점에서 미술계와 영화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화가 베르메르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데뷔작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1983)와 마르세유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최고 상을 받은 '그의 아파트에서'(2007) 등 거장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핵심작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현대 영화들이 빠른 화면 전환과 자극적인 이야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과 달리, 루소의 영화는 고정된 카메라로 하나의 장소를 오래도록 비춘다. 그는 미리 대본을 쓰거나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빛과 시간을 가만히 응시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고집해 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현실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며 빛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루소의 작품을 아날로그 필름의 생생한 느낌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이들이 서울관이 자랑하는 영상 프로그램을 즐기고 시각예술의 범위를 넓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감독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25일 오후 2시 MMCA영상관에서는 루소 감독과 조인한 프로그래머, 김윤옥 학예연구사가 함께 무대에 올라 그의 영화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행사는 선착순 120명에 한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예약은 15일 오전 10시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속도와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루소의 영화는 다소 낯설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메라를 멈추고 대상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의 끈질긴 시선은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지각의 창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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