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속 소녀들, 조각으로 깨어나다"…이사라 '어 걸 프롬 원더랜드'전

'파리 레지던시' 경험의 성찰을 담아낸 회화 13점과 조각 16점 선봬
노화랑 2~23일

1일, 이사라 작가가 노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 '어 걸 프롬 원더랜드'(A Girl From Wonderland)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캔버스 속 평면에 갇혀 있던 신비로운 소녀들이 마침내 살아 숨 쉬는 조각이 되어 관람객을 찾아온다. 프랑스 파리에서 3개월 동안 머물며 예술적 깊이를 더한 이사라 작가가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유토피아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노화랑은 이사라 작가의 개인전 '어 걸 프롬 원더랜드'(A Girl From Wonderland)를 2일부터 23일까지 개최한다. 그동안 40번이 넘는 개인전을 열고 방송과 기업 협업 등 다방면에서 대중과 소통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장기를 살린 새 회화 13점과 완전히 새롭게 시도한 조각 16점을 세상에 내놓는다.

1일 노화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사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풍경을 바탕으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세상에 전파하고 싶다"며 "나이가 들며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조차 작품을 통해 반짝반짝 날아가는 모습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사라 '어 걸 프롬 원더랜드'(A Girl From Wonderland) 전시전경 (노화랑 제공)

작가의 작품 세계는 단순함의 미학을 존중하며, 흔들리지 않고 곧게 뻗어 나가는 뚝심이 특징이다.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과 신경의 변화 속에서도 작가는 언제나 그 안의 밝은 부분을 집요하게 찾아낸다. 초기 사실주의 화풍으로 출발한 작가의 예술 세계는 내면 탐구와 동심에 대한 동경을 지나, 현재는 '원더랜드'라는 뚜렷한 가상 세계로 발전했다.

이사라의 작업은 인간적인 감정의 파도를 넘어서 관객에게 따뜻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치유와 긍정의 여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의 가장 돋보이는 핵심은 늘 평면에만 머물던 작가의 소녀들이 3차원 입체 조각으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이 작가는 조각이라는 낯선 그릇에 작품을 담아내면서도, 화가 고유의 섬세한 색채감과 정밀한 표면 표현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 인해 관람객들은 조각 위에 입혀진 화려한 색감과 세밀한 붓질을 느끼며 작품 속 주인공과 한층 더 가까이 마주하는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이사라 '어 걸 프롬 원더랜드'(A Girl From Wonderland) 포스터 (노화랑 제공)

화려한 화면의 이면에는 엄청난 육체적 노동이 숨어 있다. 이 작가는 건축 재료를 섞어 바른 뒤 사포로 문지르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린다. 마지막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이용해 표면을 하나하나 긁어내며 하얀 선의 무늬를 새긴다. 이러한 수행에 가까운 헌신적인 과정은 작가 본인에게는 평화로운 명상의 시간이며,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는 정화의 손길로 다가선다.

이 작가는 "이 원더랜드의 핵심이 다름 아닌 동심에 있다"며 "모두가 행복하고 호기심이 넘쳐나는 꿈의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순수했던 시절의 감각을 다시금 떠올리기를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사라의 원더랜드는 단순한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 고된 아날로그적 노동이 빚어낸 순수한 수행의 산물이다.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유년 시절의 순수함을 정교하게 긁어낸 칼날의 흔적으로 복원해 냈다. 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하고 조각으로 영역을 넓힌 이번 시도는 작가 본인의 예술적 지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이정표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