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무의식의 벽화"…이세림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전

하랑갤러리 28일까지

이세림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전 포스터 (하랑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사람들은 흔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생각이나 흐릿한 옛 기억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살아간다. 이처럼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불완전한 기억의 조각들과 깊은 무의식을 예술적인 그림으로 변화시킨 특별한 미술 전시회가 열려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서울 부암동에 있는 하랑갤러리에서는 이세림 작가의 개인전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를 28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마음속 깊은 곳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전시 이름은 작가가 여행을 떠나기 전 어느 날 아침, 산책을 하다가 문득 떠올린 독특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풀 냄새가 가득한 올리브밭 근처에서 주인을 만난 거친 짐승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고, 작가는 이 기묘한 영감을 바탕으로 모든 작품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세림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전 전시전경 (하랑갤러리 제공)

작품들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그림들과 확연히 다르다. 작가는 캔버스에 거친 석회를 칠하거나 매끄럽지 않은 석고 덩어리를 만든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단단한 돌판 위에 정성스럽게 그려진 인물과 문양들은 마치 먼 옛날 인류가 동굴에 남겨둔 벽화처럼 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만든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말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의 감각과 기억이 어떻게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탄생하는지 증명하는 무대"라며 "전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그림 속 신비로운 형태를 감상하면서 스스로의 내면과 잊고 지냈던 과거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소중한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세림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미술과 교육을 공부했다.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의 예술 지원 사업에 뽑히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교육단체인 '트라이오운'을 만들어 미술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이세림의 작품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를 탐구했다. 딱딱한 석고 위에 새겨진 수수께끼 같은 얼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바쁜 일상에 치여 정작 소중한 내면을 돌보지 못했던 현대인들에게 이 전시는 메마른 감성을 채워 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휴식처가 되어 준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