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돌봄, 굽이굽이 춤사위에 싣다"…'몽유도원무', 2년 만의 재공연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몸짓 언어의 산수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12~14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조선 시대 안견의 명작 '몽유도원도'가 지닌 고요하고도 역동적인 이상향의 세계가 2026년 현재의 무대 위에서 거대한 생명력을 지닌 춤사위로 다시 깨어났다.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의 프리뷰 공연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출과 안무를 맡은 차진엽 안무가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이야기와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굽이굽이'라는 단어가 직관적으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발견한 굽이굽이는 한국무용 특유의 숨을 '맺고 푸는' 호흡의 원리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호흡을 넘어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감각, 상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저와 완급 조절이 무용수들의 몸을 통해 역동적인 운동성으로 형태화된다.
'몽유도원무'는 현실과 이상향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여정을 현대적인 한국무용이다. 지난 2022년 초연과 2024년 재공연을 거쳐 올해 세 번째로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과거 무대의 재현을 넘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창작진과 무용수들의 변화된 시선과 깊어진 삶의 궤적을 촘촘하게 투영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공연에서 '굽이굽이'의 컨셉은 시각과 청각, 공감각적 요소로 확장되어 무대 전체를 지배한다. 무대 위에 넓게 펼쳐진 물결망 구조물은 굽이굽이 춤추는 산세의 형상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음악 역시 파형의 소리들을 겹겹이 중첩시켜 지형의 거대한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연상시키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제너러티브 비주얼을 담당한 황선정 작가의 미디어 아트 기술이 더해져 예술과 기술의 완벽한 유기적 결합을 완성했다. 그는 실제 지형도를 기반으로 수십억 개의 점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배경을 구축했다.
황 작가는 "기술을 단순히 접합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매체가 무대 안에서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생명체나 자연의 상태 그 자체로 녹아들기를 원했다"며 "기술의 고도화 속에서도 화려함을 덜어내고 라이브한 수묵산수화의 에너지를 담아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상태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핵심 기획의도를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몽유도원무'가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내면의 밀도와 사유의 깊이다. 무용수들과 일상의 이야기, 사적인 삶의 궤적들을 채워 넣었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박혜지 단원의 솔로 장면과 듀엣 장면에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작곡해 구성에 변화를 줬다. 또한 객원으로 합류한 박준우 무용수와 신입 단원 황용천 무용수가 투입돼 극에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창작진이 올해 가장 중요하게 품은 정서는 '정성과 돌봄'이다. 차 안무가는 "우리는 독립된 개체로 살 수 없고 함께 상호관계를 맺으며 공존하는 존재"라며 "내 춤과 삶을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돌봄의 마음을 엔딩 장면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안무적 틀은 유지되지만 서로를 어루만지고 눈을 마주하며 조화를 이루는 무용수들의 표현과 마음가짐은 더 애틋해졌다. 국립무용단 드림팀으로 불리는 출연 무용수들은 단순한 연기자를 넘어 직접 움직임 리서치에 참여해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춤 속에 모아내며 진정성을 더했다.
자유롭게 세계를 탐구하는 자연 속 생명체 역할을 맡은 박혜진 단원은 "세 번째 재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자극의 연속"이라며 "안무가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움직임의 표현을 넘어서 '살아있다는 감각 자체'와 생명,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일상 속에서도 계속 던지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리를 이끌고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를 연기한 조용진은 "안무가가 강조했던 굽이굽이, 혹은 걷는 사람과 이끄는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이미지적으로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혜진 단원은 공연을 앞둔 뭉클한 감정을 전하며 "아쉬움보다는 그동안 거쳐 온 여정들을 되돌아보며 이 시간들이 몸 안으로 잘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 안무가는 "오늘의 공연이 내일은 또 다를 것이다. 매일매일 무대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호흡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며 살아 숨 쉬는 무대의 묘미를 강조했다.
조용진 단원 역시 "앞으로도 국립무용단과 예술계 전체에 지속적이고 깊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의 인사를 남겼다.
한편,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성 안에서 전통의 원리와 호흡을 현대적 미학으로 완성해 낸 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는 12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마치 그림 속을 함께 거니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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