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무게 머금은 안개"…‘임전 허문 70년 화업 마지막 개인전
"남종산수화 마지막 계승자"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5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대한민국 미술사에서 200년을 이어온 남종화의 명가 '운림산방'의 4대 화맥, 임전 허문 화백의 화업 70년을 망라하는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소치 허련(1808~1893), 미산 허형(1861~1938), 남농 허건(908~1987), 임인 허림(1917~1942)으로 내려온 문인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임전 화백의 사실상 마지막 전시라는 점에서 화단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거장들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고 독자적인 생명력을 확보한 한 예술가의 치열한 기록이다. 요절한 부친을 대신해 백부 남농 허건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한 그는 전통 필법을 답습하는 안일함을 거부했다. 대신 대학에서 현대적 이론을 접목하며 실경에 기반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화면을 압도하는 '운무산수'다. 그의 작품에서 안개와 구름은 단순히 여백을 채우는 조연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주역으로 기능한다. 먹의 번짐을 활용한 선염기법으로 구현된 운무는 고정된 원근법을 해체하고 시점을 자유롭게 확장하며 관람객을 초월적 공간으로 인도한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은 "그의 작품에 대해 시각적인 감상을 넘어 정신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게 만드는 깊이가 있다"며 "마치 신선의 세계를 거니는 듯한 아득한 공간감을 선사한다"고 논평했다.
전통공예가 아닌 순수 회화 분야에서 4대에 걸쳐 맥을 이어온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허문의 위대함은 가문의 명성을 이어받았다는 사실보다, 그 거대한 유산의 무게를 독창적인 '안개'라는 실험적 형식으로 돌파해 냈다는 점에 있다.
그의 붓끝에서 피어오른 운무는 구상과 추상,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흐리며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미래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거장의 70년 집념이 녹아든 이번 전시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현재성을 목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번 특별전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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