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직관과 회화의 본질 돌아보기"…'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전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전
서소문본관 1층 19일~10월 25일

18일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회고전 '유영국: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이달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한다. 2026.5.18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 추상화의 기틀을 다진 거장 유영국의 탄생 110주년을 기리며, 그의 예술 역사를 총망라한 대규모 역대급 회고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새롭게 전개하는 근대 명장 조명 프로젝트의 첫 출발점이다.

18일 전시 개막을 앞두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기술이 인간의 창작을 대체하려는 오늘날, 유영국의 예술은 인간의 직관과 회화 본연의 가치가 무엇인지 관람객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야심차게 신설한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며 "이는 근대 미술이 이룩한 역사적 성취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겠다는 미술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회고전 '유영국: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이달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한다. 2026.5.18 ⓒ 뉴스1 임세영 기자

전시는 작가가 전업 미술가로서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오직 개인전으로만 세상과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던 1964년의 독자적인 변곡점에서 시작된다. 관람객들은 이 결정적인 순간을 기점으로 과거 도쿄 유학 시기의 전위적인 실험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추상의 정점과 노년기의 고요한 심상 세계로 나아가는 독특한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전시는 작가가 평생을 바쳐 구축해 온 자연의 정수가 마침내 내면과 완전한 조화를 이룬 후기 추상 작업에 주목했다. 전 생애를 아우르는 170여 점의 작품 중에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미공개 유작들이 대거 포함돼 그간 채워지지 못했던 한국 모더니즘 미술사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워준다.

유영국은 평생 산을 마음에 두고 작업했다. 작가가 왜 평생 산을 경외허고 그토록 자기 마음과 합일하려했는지 생각하며 작품과 대화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다. 추상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그가 고민하고 보여주려 했던 심상 추상의 세계가 작품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통해 추상미술의 세계를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전 포스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미술관은 거장의 정신을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문학과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경계를 허문 다채로운 협업을 시도했다. 유명 음악가와 방송인의 목소리로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길잡이를 마련했고, 다가오는 가을에는 대형 도심 건축물 외벽을 거장의 화려한 원색으로 물들이는 대규모 미디어 파사드 공연도 예고했다. 시인과 공간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근대 거장의 숨결을 오늘날의 언어로 변주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예술의 영역까지 파고들며 창작의 정의를 뒤흔드는 오늘날, 유영국의 작품들은 인간의 순수한 직관과 손끝에서 탄생하는 회화 본연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대한 무대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박제된 과거의 유산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의 고독한 투쟁을 오늘의 시선으로 재탄생시킨 문화적 축제다. 강렬한 색채 뒤에 숨겨진 숭고한 정신성을 마주하며, 관람객들은 단순한 시각적 호사를 넘어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묵직한 산을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