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만으로 예술이 되는 공간"…'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정원'

리움미술관 4월 3일 공개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2026, 동측 전경 ⓒ가브리엘 오로즈코.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정희승 // Gabriel Orozco Garden, 2026, View from the east ⓒ Gabriel Orozco. Courtesy of Leeum Museum of Art, Photo: Chung Heeseung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리움미술관은 개관 20여 년 만에 야외 데크의 상징적 풍경을 완전히 바꾼다. 리움은 오는 4월 3일부터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가 구상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이는 리움이 2004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시도하는 커미션 정원 프로젝트다.

그간 리움 야외 데크는 알렉산더 칼더, 루이즈 부르주아, 아니쉬 카푸어 등 거장들의 대형 조각이 거쳐 간 '야외 조각 정원'이었다. 이들이 수직으로 솟은 기념비적 조형물을 선보였다면, 오로즈코는 시선을 발밑으로 낮춘 수평적 환경을 제안한다. 정원 자체가 하나의 조각이자, 관람객이 직접 걷고 머물며 시간을 경험하는 공공의 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런던과 멕시코시티에 이은 오로즈코의 '정원 3부작' 완결판이다. 작가는 약 500평 규모의 데크에 자신의 시그니처인 '원의 배열' 모티프를 적용해 10개의 연속된 '플라자'를 구축했다. 특히 이번 작업에는 동아시아 전통 개념인 '세한삼우'(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도입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식물들을 통해 화려한 스펙터클 대신 지속성과 인내라는 예술적 가치를 담아냈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2026, 항공 전경 ⓒ가브리엘 오로즈코.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정희승 // Gabriel Orozco Garden, 2026, Aerial view of the garden ⓒ Gabriel Orozco. Courtesy of Leeum Museum of Art, Photo: Chung Heeseung

정원 바닥에는 충남 보령석을 사용해 고유한 원형 패턴을 완성했다. 기존 데크에 쓰인 목재는 건물 외벽 마감재로 재활용해 재료의 순환을 실천했다. 1500여 주의 대나무 숲은 도시 소음을 차단해 내밀한 휴식 공간을 형성한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이 정원은 가장 혹독한 계절에도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예술의 시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은 한남동의 새로운 공공 랜드마크를 지향한다. 미술관 운영 시간 동안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