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번 아니라, 박철수입니다"…1979년 반월공단과 2025년 경비실

극단 겨루의 노동서사극 '내 이름은 박철수입니다'…4월 2일 초연

노동서사극 '내 이름은 박철수입니다'

(세종=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극단 겨루가 1979년 반월공단과 2025년 서울의 아파트 경비실을 오가는 연극 '내 이름은 박철수입니다'를 4월 2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서 초연한다. 이 연극은 노동과 인간의 이름, 그리고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연극 '내 이름은 박철수입니다'는 "사람이 번호로 불리는 순간 무엇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 노동자 박철수는 반월공단 금속가공 공장에서 이름 대신 '127번'이라는 번호로 불리며 살아간다.

박철수는 공장에서 사람을 부품처럼 다루고 노동과 통제를 견딘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1979년 산업화 시대 공장의 풍경과 2025년 현재의 노동 현실을 교차시킨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반복되는 '번호로 불리는 삶'을 통해 노동과 존엄의 문제를 현재형으로 끌어온다.

무대에서는 프레스 기계가 만들어내는 '덜컹-철컹'의 리듬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이 소리는 공장의 감각을 살리는 장치이자 인간의 심장 박동처럼 변해가는 상징으로 쓰인다.

작품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보다 노동자들의 작은 일상과 관계에 시선을 둔다. 서로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순간들을 통해 번호로 불리던 삶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섬세하게 그린다.

김유정 극작가는 산업화 시대 노동 현실을 단순한 과거의 사건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는 노동과 존엄의 문제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의 출발점이 아버지에게 들은 공장의 기억이었다"고 했다.

최병로 연출가는 지금의 사회가 이름 없이 일하고 견뎌온 노동자들의 땀과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되짚는다. 작품은 그 시절을 살아낸 부모 세대와 이름 없는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작은 헌사이기도 하다.

무대에는 선욱현, 김대진, 이홍재, 권재인, 박성근이 출연하고 안지훈이 조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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