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구현한 자연"…문이삭 '보헤미아는 바다 사이에 있다'전

G 갤러리 13일~4월 11일

문이삭 《보헤미아는 바다 사이에 있다》 개인전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작가, G Gallery)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조각가 문이삭의 개인전 '보헤미아는 바다 사이에 있다' G 갤러리에서 13일부터 4월 11일까지 펼쳐진다. 사진측량(Photogrammetry)과 3D 프린팅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흙, 돌, 세라믹 등 전통적 매체와 결합해 자연이 이미지로 고정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질문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은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시 구절에서 인용했다.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내륙 지명인 '보헤미아'를 바닷가에 위치시키는 이 역설적 문장은 현실과 이상향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물리적 위치보다, 어떤 시선과 조건 속에서 '구성'되는가에 집중한다.

주요 작업인 '괴석'은 자연이 풍경이나 상징으로 박제되기 전의 물질적 순간을 포착한다. 흙과 세라믹으로 빚어진 모호한 형태는 관람자로 하여금 대상을 산이나 돌로 단정하지 못하게 하며, 의미가 고정되기 직전의 '멈칫거림'을 유도한다. '마운틴 스트로크'(Mountain Stroke)는 타인이 소유했던 도자기와 산수화 위에 흙과 광물을 덧입히는 작업이다. 관념적 풍경 위에 실제 물성을 더함으로써 재현의 대상을 붓질과 표면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풍경으로 변주한다.

문이삭 l Moon Issac (b.1986, 한국), 채집한 흙, 수집한 도자기 26 x 28 x 28 cm 2025. 이미지 제공 : 작가, G Gallery

디지털 시선이 개입된 '삼신산'은 창덕궁 낙선재의 괴석 이미지를 수집해 3D 데이터로 구축한 결과물이다. 이상향의 상징이었던 존재가 선택과 축적을 거친 데이터로 치환되며, 자연에 대한 인식이 고정된 결론이 아닌 '진행 중인 과정'임을 시사한다. 전시 후반부의 '석가산'은 3D 스캔된 수석, 인공 바위, 세라믹 등을 층층이 병치해 동양적 전통과 서구적 측량의 시선이 충돌하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문이삭은 이번 전시를 통해 흙과 데이터, 손의 감각과 카메라의 시선을 교차시킨다. 자연을 단일한 이미지로 박제하지 않고 우리가 세계를 이해해 온 인식의 틀 자체를 뒤흔드는 이번 전시는 기술과 물질이 중첩된 동시대적 자연의 실체를 마주하게 한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