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색으로 직조한 도시의 시간"…김란 첫 개인전 '드로우 백'

노화랑 3월 5일까지

김란 첫 개인전 '드로우 백' 전시 전경 (노화랑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인사동에 위치한 노화랑은 작가 김란의 첫 번째 개인전 '드로우 백'(Throw back)을 개최한다. 3월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도시 풍경을 모티프로 삼아 색과 선의 중첩을 통해 시간, 기억, 그리고 감정의 축적을 탐구해 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김란의 화면은 멀리서 볼 때 구조적으로 조직된 도시의 전경을 보여주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수히 겹쳐진 선들의 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밀도를 드러낸다. 작가의 작업은 코로나 시기 전국을 유랑하며 마주한 랜드마크, 한옥, 놀이공원 등 실제 장소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풍경들은 작가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라는 여과 장치를 거쳐 화면 위에 재구성된다.

작가는 도시를 다양한 존재와 시간이 교차하는 유기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인물이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빛의 배열과 건물의 밀도를 통해 그곳에 스며든 삶의 흔적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공중에서 새의 시선으로 화면 전체를 조망하는 버드뷰(Bird's-eye view) 시점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머무는 '노스탤지어'(향수)의 정서를 극대화한다.

김란, Mixed media on Canvas, 130.0 x 162.2cm, 2024 (노화랑 제공)

작업 방식 또한 수행적이다. 캔버스 위에 이미지를 스케치한 뒤 모르타르 미디엄을 혼합해 채색하고, 그 위에 가는 선을 수없이 쌓아 올린다. 푸른색과 붉은색, 모노톤의 색층은 특정 시간대의 빛을 연상시키며 기억 속 잔상처럼 남은 감정의 결을 소환한다.

김윤섭 미술사 박사는 김란의 작업에 대해 "아크릴 물감을 실오라기 같은 선으로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화면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치유의 망"이라고 평했다. 캔버스 측면까지 이어지는 선의 레이어는 작업에 투입된 시간과 노동의 과정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관람객 각자의 기억 속에 봉인된 향수를 자극하는 '위로의 메타포'가 되길 희망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익숙한 공간에 스며든 시간의 결을 따라가며, 작가의 감각과 관람객의 기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