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이 쓴 지극히 사적인 문장들 '교환일기'…이유진 개인전

낭만시간연구소 새파란 공모, 2002년생 청년 작가 첫 개인전
21일~3월 8일 부산 동구 낭만시간연구소…관람료 무료·휴관일 없음

이유진 개인전 '시시콜콜한 익명의 교환일기'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부산 예술 공간 낭만시간연구소가 새파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청년 작가 이유진의 개인전 '시시콜콜한 익명의 교환일기'를 21일 연다. 이번 개인전은 익명의 사람들이 적은 교환일기를 바탕으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풀어낸다.

3월 8일까지 부산 동구 초량로 79-6에 있는 낭만시간연구소에서 이어지는 개인전 '시시콜콜한 익명의 교환일기'는 2002년생 작가 이유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다.

이유진은 18명의 익명 응답자가 들려준 사적인 문장과 감정의 단서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작가는 이 문장들 속에서 반복되는 믿음과 의심,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마음의 진자운동에 주목했다.

전시장에는 2026년에 제작된 신작 13점을 만날 수 있다. 영상 작업은 하루 24시간을 24분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작가는 해가 뜨고 지는 동안 매시간 1분씩 같은 장소를 촬영해 이어 붙였다. 이 구조를 통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계속 흘러가는 시간의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유진 개인전 '시시콜콜한 익명의 교환일기'

설치 작업에서는 '+1'과 '-1' 같은 숫자가 작품 제목에 등장한다. 작가는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0'으로 두고, 세계와 가까워지는 맹신을 '+1', 멀어지는 불신을 '-1'로 나눴다. 두 개의 파이프는 각각 맹신과 불신의 주체를 상징하고, 그 사이에 선 벽은 0에 가까운 중간 지점을 가리킨다. '정확한 중간에 설 수 있는가',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거리와 관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압축된 시스템'과 '압축된 파이프 해부' 시리즈는 계단 아래에 숨은 독특한 문 구조에서 출발했다.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다 날카롭게 변한 문틀과 벽의 형태는 오늘날 사회가 강조하는 '효율 중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익명의 교환일기'는 관객 참여형 작업으로도 확장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이 직접 익명으로 글을 남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적느냐에 따라 작업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고,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쓰이고 있는 교환일기처럼 '진행 중인 상태'로 남는다.

작가와의 대화는 3월 1일 오후 5시에 열린다. 낭만시간연구소는 매년 청년 작가의 첫걸음을 돕는 '새파란 공모작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예술을 막 시작한 이들의 실험을 지지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시에 담았다.

이유진 개인전 '시시콜콜한 익명의 교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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