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아니면 안 됐다"…장진, 10년 만의 신작 '불란서 금고'(종합)

10일 연극 '불란서 금고' 제작 발표회
신구 "몸 신통치 않지만 최선 다할 것"

장진 감독이 10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불란서 금고 -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불란서 금고'는 은행 건물 지하의 쇠창살 안 금고를 열기 위해 모인 다섯 사람이 금고 안에 든 것을 모두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2026.2.10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작년 5월, 국립극장에서 신구 선생님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어요. 소름 끼치도록 좋았죠. 선생님을 제 무대에 꼭 모시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생님 생각하며 대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이름난 장진(55) 감독이 10년 만에 신작 희곡 '불란서 금고'를 쓰게 된 계기는 오로지 신구(90)였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놀(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연극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작·연출을 맡은 장진을 비롯해 배우 신구, 장현성, 정영주, 금새록 등 출연배우 12명이 참석했다.

장진 연출은 대본을 완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신구에게 건넸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중순, 탈고 다음 날 신구가 좋아하는 평양냉면 식당에서였다. 한 달쯤 뒤 돌아온 말은 "재밌게 봤다"였다. 또 한 번의 시간이 흐른 뒤,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고량주를 기울이던 자리에서 마침내 "그래, 하는 걸로 하자"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배우 신구가 10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불란서 금고 -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불란서 금고'는 은행 건물 지하의 쇠창살 안 금고를 열기 위해 모인 다섯 사람이 금고 안에 든 것을 모두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2026.2.10 ⓒ 뉴스1 권현진 기자
성지루 "신구 연기, 경이롭다"

신구는 출연을 결정한 데 대해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 뒤 "막상 작업을 해보니 극복하기 힘든 점도 있고, 작품 해석 등 여러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나이가 들어 노욕을 부린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작품 준비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몸이 신통치 않다, 가장 힘든 점은 몸이 마음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사를 외우는 일도 쉽지 않다, 외웠다고 생각한 것도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는 원동력을 묻자, 신구는 고(故) 이순재 배우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 제가 형님이라 부르던 이순재 씨가 돌아가셔서, 내가 위로 모실 분이 안 계시는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며 "그래도 살아 있고 숨을 쉬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성지루는 이번 작품에서 '맹인' 역으로 신구와 더블 캐스팅됐다. 부담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담이라기보다 영광"이라며 "연습실에서는 (신구) 선생님을 아버지라 부르는데,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선생님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고 말했다.

배우 주종혁이 10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불란서 금고 -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불란서 금고'는 은행 건물 지하의 쇠창살 안 금고를 열기 위해 모인 다섯 사람이 금고 안에 든 것을 모두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2026.2.10 ⓒ 뉴스1 권현진 기자
장진 "주종혁의 성실함에 놀라"

정영주·장영남·장현성도 출연 이유로 "신구 선생님이 하시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장현성은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는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다"며 "신구 선생님은 불필요한 것들이 모두 덜어내진, 마치 '결정체' 같은 모습"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주종혁과 금새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주종혁은 "제게 연극은 무서운 영역이었다, 대본 보고 나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장진 연출은 "대사량이 제일 많은 역할임에도 가장 먼저 대본을 외운 배우가 주종혁이었다"며 "그의 가열찬 성실함에 놀랐다"고 치켜세웠다.

금새록은 "겁도 없이 꼭 해보고 싶었다"며 "관객분들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연습해서 이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금고털이 기술자 '맹인' 역은 신구·성지루가 맡는다. 논리와 원칙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교수' 역은 장현성·김한결,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는 '밀수' 역은 정영주·장영남이 연기한다. 행동대장 '건달' 역에는 최영준·주종혁, '은행원' 역엔 김슬기·금새록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불란서 금고'는 은행 건물 지하를 배경으로, 자정에 5명의 인물이 모여 금고를 여는 '한밤의 소동'을 그린다. 오는 3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놀(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공연된다.

10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불란서 금고 -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제작발표회에서 연극 주역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김한결(왼쪽부터)과 장현성, 장영남, 정영주, 신구, 성지루, 주종혁, 최영준, 김슬기, 금새록, 안두호, 조달환. '불란서 금고'는 은행 건물 지하의 쇠창살 안 금고를 열기 위해 모인 다섯 사람이 금고 안에 든 것을 모두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2026.2.10 ⓒ 뉴스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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