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으로 가득 찼다"…'언 엠프티 베드 이슨트 엠프티'전
장다은·이안 하·서지원 3인의 신작 전시
전시 공간 상히읗 3월 7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의 전시 공간 '상히읗'은 3월 7일까지 장다은, 이안 하, 서지원 3인의 신작을 선보이는 기획전 '언 엠프티 베드 이슨트 엠프티'(An Empty Bed Isn't Empty, 비어 있는 침대는 비어있는 게 아니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보는 '이미지'와 실제 '대상' 사이의 시간 차이에 주목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의미가 전달되기까지 발생하는 묘한 어긋남을 포착하려 한다. 류츠신의 소설 '삼체' 속 복잡한 시간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번 전시는,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리가 사실은 이미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장다은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 떠도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는 과거 퍼포먼스에서 썼던 기호와 글자들을 한지로 옮기고 오려낸다. 정작 알맹이인 형상은 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구멍과 겹침이 화면에 층층이 쌓인다. 이는 의미가 명확해지기 전의 혼란과 여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사라진 것들의 흔적을 응축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안 하는 화면에 남은 얼룩과 찌꺼기들이 맺는 새로운 관계를 살핀다. 매끈한 전통 사군자 그림 위에 이름 모를 잡초나 날카로운 가시를 집어넣어 익숙한 질서를 망가뜨린다. 칠하고 긁어내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거친 표면은, 과거의 형식과 현재의 행위가 뒤섞여 요동치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 된다.
서지원은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던 이미지들을 가져와 그 의미를 훼손하고 뒤섞는다. 예쁜 꽃그림을 잘게 잘라 낡은 벽지처럼 배치하거나, 사적인 누드 필름을 유흥업소 문을 본뜬 입체물에 붙인다. 이는 보는 이의 시선을 유혹하면서도 그 내부로 진입하는 것은 거부한다. 그의 작업에서 평면은 '가까이 갈 수 있지만 통과할 수는 없는 문'이 되어버린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대상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 대상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우리를 기다린다. 관람객들은 세 작가가 만든 겹침과 공백의 화면을 통해,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와 실제 시간 사이의 기묘한 틈새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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