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로 쓴 소통의 철학“…韓 전위미술 거장 이건용 ‘사유하는 몸’전

"예술은 머리가 아니라 내 몸 자체에서 나오는 것"
페이스갤러리 5일~3월 28일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건용 작가는 직접 원을 그리고 행위를 선보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 행위미술의 거장 이건용(78)의 개인전 '사유하는 몸'이 서울 이태원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1970년대 초기 퍼포먼스 기록부터 최신 회화까지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건용은 직접 원을 그리고 행위를 선보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장소는 작가가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비로소 특별해지는 공간이다"며 "선을 긋고 그 위를 이동하며 '어디, 어디, 어디'라고 외치는 행위를 통해 화자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지칭하는 대상과 답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건용은 예술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이나 기술이 아니라 '내 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1973년 파리 비엔날레를 다녀오며 신체를 활용한 미술을 체계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80대가 된 지금, 그는 노쇠한 몸조차 '살아있는 증거'이며 예술의 훌륭한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건용 작가가 작품 세계를 설명하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그의 대표작 '보디스케이프'(Bodyscape)는 캔버스를 보지 않고 뒤로 돌아서서 손이 닿는 범위만큼만 선을 긋는 방식으로, 신체의 제약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회화를 탄생시켰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단순한 연기가 아닌 '로지컬 이벤트(논리적 사건)'라고 부른다. 작가가 장소에 선을 그어 한계를 정하면, 그곳은 비로소 특별한 공간이 된다. 그는 선 위를 움직이며 "어디"라고 외친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지칭하는 대상이 달라진다는 이 행위는 언어의 불완전함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채우려는 시도다. 이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을 몸으로 풀어낸 것과 같다.

Lee Kun-Yong, The Biscuit Eating, 1977 ⓒ Lee Kun-Yong (페이스 갤러리 제공)

검열이 심했던 1970년대, 이건용은 직접적인 정치 메시지 대신 엄격한 규칙과 반복적인 행위를 선택했다. 건빵을 먹거나 실내 길이를 재는 일상적인 행동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말할 수 없는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1970년대 중반의 귀중한 기록물들이다. 이건용에게 기록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논리를 재구성하는 작업의 연장선이다. 1975년 초연된 '동일면적'과 '실내측정'의 영상은 물론, '건빵먹기(1977)', '손의 논리 3(1975)' 등 역사적 퍼포먼스의 사진들이 작품으로서 처음 대중에 공개된다.

특히 길이를 측정하고 종이를 접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신체와 오브제의 관계를 드러낸 초기작들은, 그의 논리적 실험이 현재까지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 보여주는 핵심 맥락이 된다. 관객은 작가의 손끝과 몸짓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실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건용의 예술은 초등학생 같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그의 50년 전 논리는 낡은 과거가 아니라, 기록과 재해석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도 '살아있는 기적'으로 다가온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