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지휘자 인발이 이끈다…KBS교향악단 '러시아의 혼'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KBS교향악단은 90세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과 함께 제823회 정기연주회 '러시아의 혼'을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 제목은 '러시아의 혼'으로, 러시아 음악 속에 담긴 시대의 고통과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무대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으로 시작한다. 이 곡은 스위스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이 그린 같은 제목의 그림에서 떠올린 장면을 소리로 옮긴 작품이다. 5분의 8박자 리듬이 계속 이어지면서 물결에 흔들리는 배, 어두운 섬, 그 안에 서 있는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관객은 삶과 죽음의 경계, 고독한 마음을 차분하게 따라가게 된다.
이어지는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다. 이 곡은 베이스 독창자와 남성합창단,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만드는 대규모 작품이다. '바비 야르'는 1941년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집단 학살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근처의 골짜기 이름으로, 곡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시와 함께 전쟁·차별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엘리아후 인발은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로, 올해 아흔 살을 맞은 현역 거장이다. 그는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비롯해 여러 세계적인 악단을 이끌어 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기를 직접 겪은 세대로서,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담긴 역사적 비극과 긴장감을 몸으로 경험한 지휘자로 평가받는다.
베이스 독창자는 그리고리 슈카루파가 맡는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에서 성악과 지휘를 함께 공부했으며, 10대 때부터 마린스키 극장과 볼쇼이 극장, 베를린 국립 오페라 등에서 활동한 성악가다. 깊고 강한 음색을 가진 베이스로 알려져, 무거운 내용을 담은 '바비 야르'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남성합창 파트는 성남시립합창단과 용인시립합창단 단원들이 함께 구성한 남성연합합창단이 맡는다. 두 합창단은 이번 무대를 위해 함께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한 합창 음향이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져 교향곡 13번의 메시지를 더욱 또렷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은 이번 프로그램이 "러시아 음악의 깊이를 넘어, 그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상처를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특히 90세를 맞은 인발이 들려주는 '바비 야르'는 오랜 경험과 해석이 담긴 연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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