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故 김중만 '스트리트 오브 브로큰 하트'전

인사동 토포하우스 3일~2월 1일

김중만 '스트리트 오브 브로큰 하트'전 (포토하우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사진가 고(故) 김중만(1954-2022)이 남긴 10년의 기록이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3일부터 2월 1일까지 펼쳐진다.

3일부터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그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실로 향하던 이름 없는 거리에서 마주한 나무들을 담은 '스트리트 오브 브로튼 하트'(STREET OF BROKEN HEART, 상처 난 거리) 시리즈다.

나무에게 대답을 듣기까지 걸린 4년 작가는 2004년 어느 겨울, 부러지고 뒤틀린 나무 한 그루와 운명적으로 마주했다. 그는 나무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으나, 그로부터 4년 동안 단 한 장의 셔터도 누르지 않았다. 나무의 상처가 자신의 외로움과 동일시되고, 마침내 나무의 응답을 들었다고 느낀 2008년에야 비로소 촬영을 시작했다. 이후 9년간 수천 장의 흑백사진을 통해 태풍과 인간의 간섭으로 훼손된 생명들의 치유와 회복 과정을 기록했다.

김중만, THE ONE AND ONLY DAY THE SNOW STAYED 2010 (토포하우스 제공)

수직 앵글에 담긴 의인화된 생명력 전시된 작품들은 일반적인 풍경 사진의 수평 구도를 탈피해 인물사진에 쓰이는 수직 촬영 방식을 택했다. 이는 나무를 단순한 풍경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을 반영한다. 대형 한지에 인화된 흑백의 미학은 수묵화를 연상시키며,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검은 새는 불안과 희망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샤머니즘적 접근과 예술적 구원 김중만은 이 작업을 통해 현대 사진의 사회학적 접근에 대한 대안으로 '샤머니즘적이고 인도적인 접근'을 제시했다. 대상의 아픔을 파헤치는 대신, 상처 입은 존재 그대로를 긍정하며 예술의 근원적 질문인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한다.

이번 전시는 2006년 김점선 화가와 함께했던 전시 이후 20년 만에 열리는 회고적 성격의 자리이기도 하다. 도시에 버려진 풍경 속에서 발견한 강인한 생명력은 관객들에게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를 대면하고 위로받는 시간을 선사한다.

김중만 작가 (토포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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