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미술시장…'키아프-프리즈' 성료·경매 시장 반등 [2025 총결산-미술]
'론 뮤익전' 등 초대형 전시 흥행 시장 부활 견인
MZ 컬렉터 유입도 주목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5년 대한민국 미술 시장은 '침체의 끝'과 '새로운 도약'이 교차한 한 해였다. 미술계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가치 중심의 선별적 회복'이다.
지난 한 해 미술계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으로 위기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주요 초대형 전시회들의 흥행 성공, 9월 서울을 뜨겁게 달군 '키아프-프리즈 서울(Kiaf-Frieze Seoul)'의 성공적 개최,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한 경매 시장의 회복세는 시장 재편의 강력한 신호탄이 됐다.
올해 한국 미술 시장은 블록버스터급 전시의 연쇄적 성공으로 전례 없는 활력을 띠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의 '론 뮤익' 아시아 첫 개인전은 개막 90일 만에 50만 관객을 돌파, 서울관 개관 이래 단일 전시 최다 관람객 기록을 경신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 밖에도 국현 과천의 '한국근현대미술 I, II', 국현 덕수궁의 특별전 '향수, 고향을 그리다', 김창렬전, 호암미술관의 '겸재 정선전'과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리움미술관의 '피에르 위그: 리미널'와 '이불: 1998년 이후', 예술의전당의 '마르크 샤갈 특별전'과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전시를 통해 높아진 대중의 안목은 키아프-프리즈와 경매 시장의 활기로 전이됐다. 이는 경매 낙찰률을 상승의 결정적 동력이 됐다. 또한 침체됐던 미술 생태계를 다시 깨우는 강력한 마중물 역할을 완수했다.
지난 9월 초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프리즈 서울과 제24회 키아프 서울은 불황의 우려를 뚫고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나흘간 프리즈 서울에는 약 7만 명, 키아프 서울에는 8만 20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높은 대중적 관심을 입증했다.
판매 실적 또한 견고했다. 하우저앤워스가 선보인 마크 브래드포드의 연작이 약 62억 6000만 원(450만 달러)에 팔리며 프리즈 서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학고재 갤러리는 김환기의 유화 '구름과 달'을 20억 원에 판매하며 한국 근현대 미술의 힘을 과시했다.
투기적 열풍이 빠진 자리를 해외 큰손들과 진성 컬렉터들이 채우며 서울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올해 시장의 또 다른 수확은 컬렉터 층의 체질 개선이다. 팬데믹 시기 '리셀' 수익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했던 젊은층은 이제 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컬렉팅 성향을 보이고 있다.
화랑미술제와 키아프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500만~2000만 원 사이 중저가 신진 작가 작품의 활발한 거래였다. MZ세대 컬렉터들은 단순히 이름값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대변할 수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시장의 허리인 중소 갤러리와 신진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됐다.
올해 한국 미술 시장이 '거품'을 걷어내고 '본연의 가치'를 찾아가는 혹독하지만 값진 조정기였다. 연초의 공포는 사라졌고, 하반기의 성공적인 성적표는 내년 시장에 대한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시회 흥행과 아트페어의 훈풍은 경매 시장으로 즉각 전이됐다. 2025년 상반기 낙찰률이 48.7%까지 떨어지며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내 경매 시장은 3분기를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9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이중섭의 걸작 '소와 아동'이 35억 2000만 원에 낙찰. 고가 대작 수요가 돌아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서울옥션에서는 11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이 국내 진행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94억 원에 낙찰됐다. 필립스옥션도 11월 뉴욕 근현대 미술 경매에서 낙찰 총액 989억 원(약 6730만 달러), 낙찰률 94%, 금액 기준 낙찰률 97%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올해 경매 시장에서 평균 낙찰률은 상반기(1~6월) 48.7%에서 하반기(7~12월) 60%대로 껑충 뛰었다. 시장의 분위기 역시 상반기 '분위기 관망과 거래 절벽'에서 하반기 '거장 중심 선별적 매수'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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