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시달리는 신체와 정체성 탐구"…장파 '고어 데코'전

국제갤러리 K1·K2 2026년 2월 15일까지

장파(b. 1981) 〈Drawing for Gore Deco #1〉 2025, Charcoal on paper, 112 x 7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제)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국제갤러리는 15일까지 K1과 K2에서 작가 장파의 개인전 '고어 데코'를 선보인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장파 작가는 그림과 아름다움에 대한 오래된 생각들을 비판하고, 여성의 기괴함(그로테스크)과 소외된 감각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고어 데코' 연작을 포함해 그림, 판화, 벽화 등 약 45점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인 '고어 데코'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몸과 정체성이 어떻게 폭력에 시달리는지를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고어'(Gore)는 여성, 성소수자, 소수자 등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몸에 가해지는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을 뜻한다. '데코'(Deco)는 흔히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장식과 그 안에 숨겨진 미적인 규칙이나 사회적인 질서를 상징한다. 작가는 이 아픈 '고어'와 예쁜 '데코'를 함께 보여주면서, 몸과 장식, 숭고함과 혐오스러움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그림으로 풀어낸다.

K1 1층에는 삼각형(이성을 상징) 캔버스가 거꾸로 걸려있고, 십자가(신성함을 상징)는 내장 이미지로 장식되어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2층에는 해골 그림의 섬뜩함이 화려한 색깔의 배경, 그리고 쇠붙이나 머리카락 같은 이상한 재료들과 부딪친다.

K2 전시장에는 과거 여성 그림들과 요즘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여성혐오 이미지,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 등을 캔버스에 찍어낸다. 여기에 조각난 몸, 내장, 눈, 입술 같은 '구멍' 이미지를 나란히 놓는다.

이번 전시는 소외된 몸의 경험과 장식이라는 감각을 이용해 그림(회화)이 가진 한계를 넓히는 시도다. 장파 작가가 동시대 미술에서 그림이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진지한 자리이다.

장파는 2006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미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동대학원 서양화과 석사를 마쳤다.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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