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렌트' 장지후 "주연보다 간절했던 콜린 역, 드디어 성사"(종합)
3일 뮤지컬 '렌트' 장지후 라운드 인터뷰
공연은 코엑스아티움, 내년 2월 22일까지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올해로 뮤지컬 데뷔 15주년을 맞은 배우 장지후(37)는 '렌트'에만 세 차례 출연했다. 다른 배우들이 주인공 '로저' 역을 탐낼 때, 그는 조연 '콜린'에 올인했다. 오디션을 준비할 때도 오로지 콜린 역만 바라봤다. 하지만 연출은 장지후에게 주연을 제안했고, 그는 2000년과 2023년, 뜻하지 않게 '로저'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서 그는 드디어 '콜린' 역을 꿰찼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만난 장지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를 갈았던 역이에요." 컴퓨터 천재이자 대학 강사인 콜린은 '엔젤'(조권·황순종 분)과 연인 사이다. 왜 '콜린'이었을까.
"'콜린'은 제게 첫사랑이에요. 대학 시절 학교에서 '렌트'를 공연했는데, 그때 맡았던 배역이 바로 콜린이었죠. 학부 때 뜨거운 열정으로 씨름했던 캐릭터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장지후는 "로저가 영광스러운 배역이지만, '콜린'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함'과 '순수함'을 지향하는 캐릭터"라며 "그가 지적인 탐구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건 결국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사람을 볼 때 겉모습보다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 점이 콜린과 닮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렌트'를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이한 작품으로 꼽았다. "연습이 단지 습관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을 꺼내 보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내 안에 있는 나를 충분히 재료로 써야,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과거의 상처와 아픈 경험도 모두 연기의 재료가 된다고 했다.
소원을 이뤘지만, 콜린을 연기하면서 어려움은 없을까. "두 시즌 동안 로저를 연기하다 보니, 정신을 잠깐 놓으면 무의식적으로 로저로 돌아가게 되더라"라며 "로저가 노래를 부르면 저도 흥얼거리게 되니, 로저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렌트'의 매력에 대해서는 "내게 주어진 오늘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라며 "나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고, 내가 왜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연에서는 "다른 날은 없어,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이라는 노랫말이 여러 차례 나온다.
출연 배우가 많아 콜린을 포함한 인물들의 서사가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로저, 미미, 콜린, 엔젤, 조엔, 모린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장르 특성상 영화처럼 펼쳐 보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아쉽기도 하지만, 1막에서 조금씩 다뤄진 인물들 서사가 2막에서 시너지로 작용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 시즌에 또 '콜린' 출연 제의가 온다면 어떨까. "제가 이번에 콜린을 하려고 다른 두 작품은 고사했다"면서 "기꺼이 제 에너지를 쏟을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한편,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을 그린다. 극본·작사·작곡을 맡은 조나단 라슨(1960~1996)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청춘의 열정과 시대적 불안을 담아냈다.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 50개국, 26개 언어로 공연됐다.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과 토니상 4개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며 '세계를 사로잡은 록 뮤지컬'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 첫선을 보였으며, 이번이 열 번째 시즌으로 내년 2월 22일까지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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