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조각적 전환점 제시"…이태수 '아티피셜 네이처' 전
갤러리 띠오 20일~12월 13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갤러리 띠오는 오는 2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조각가 이태수의 개인전 '아티피셜 네이처'(Artificial Nature)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자연석'을 사용하여 디지털 3D 모델링에서 나타나는 폴리곤 구조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는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태수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조각을 전공한 뒤, 초기 금속 조각의 물리적 무게감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조형 방식을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의 핵심은 '시각과 실제의 간극'에 대한 통찰이다. 작가는 우리가 사물을 볼 때,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물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 즉 감각의 모순과 치환에 주목하여 관람객에게 시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체험하게 한다.
이번 전시작들은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자연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간의 축적 속에서 익숙해진 것"이라는 관점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끊임없이 재정의된다고 설명한다. 수천 년 된 고인돌이 이제는 자연의 일부로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시된 작품들은 실재하는 단단한 돌에 정교하게 조각을 가해 디지털 렌더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다면체 형태를 띤다. 멀리서 바라보면 컴퓨터 그래픽처럼 비물질적이고 가벼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돌의 단단하고 무거운 물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실재하는 돌로 가상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이러한 역설적인 접근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눈에 보이는 대로 믿는 우리의 인식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시대의 조형 언어를 아날로그적 물질로 구현하는 실험이다. 이를 통해 조각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물질과 비물질,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사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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