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개념을 잇는 드로잉의 확장"…지나손 '변위'전

소마미술관 14일~2월 21일

지나 손 '변위'전 포스터 (소마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소마미술관은 14일부터 12월 21일까지 '지나손' 작가의 개인전 '변위'(Displaced)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작가 공모로 뽑힌 손 작가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작업을 한데 모은 것이다.

작가는 전시 제목인 '변위'를 핵심 주제로 삼았다. '변위'는 물건이 움직여서 위치가 바뀐 정도를 뜻하는 물리학 용어다.

작가는 '변위'를 '관계의 재배치'라는 예술 개념으로 재정의했다. 원래 기자와 와인 칼럼니스트로 일하다가 40대 중반에 작가로 변신한 그의 특별한 인생 자체가 '변위'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나 손' 개인전 '변위' 전시 전경 (소마미술관 제공)

지나손의 작업은 개념미술 방식을 따르면서 생각을 확장한다. 특히 땅이나 자연을 이용하는 대지미술을 주로 하는데, 사진이나 영상으로 그 과정을 기록한다. 또 그림,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념 드로잉'을 보여준다.

작가의 생각 밑바탕에는 동양의 '텅 빔'(공) 개념이 깔려 있다. 이는 서양 중심의 예술 역사나 제도에 맞서는 작가의 태도와도 연결된다. 특히 오프닝 때 선보이는 퍼포먼스 '먹칠하다'는 유명한 서양미술사 책에 실제로 먹칠을 해서 한 장씩 비워가는 행위다. 이를 통해 기존 권위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는 늘 자연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나 '사라진 흔적'에 관심을 가져 왔다. '물의 드로잉', '허공을 드로잉하다' 같은 작품들은 파도에 흩어지는 물건이나 허공에 던진 막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지나손, 홍시의 초대, 장소 특정적 가변설치, 그물 위에 홍시 1000개, 2025 (소마미술관 제)

이번 전시에서는 태안 바닷가에서 했던 '물의 드로잉: 기와' 작업을 미술관 안에서 다시 보여주는 '흔들린 자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미술관 앞마당에 감 1000개를 펼쳐 놓는 '홍시의 초대'다. 이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이 작품이다. 자연의 시간(감이 익는 과정) 속에서 작가는 결과를 모르는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작품이 스스로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