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韓 사실주의 거장 '구자승' 개인전

선화랑 25일까지

구자승, 캐나다의추억, 2025, Oil on canvas, 100x100cm-s (선화랑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선화랑은 25일까지 사실주의 화가 구자승의 개인전을 연다. 1983년 선화랑과 첫 인연을 맺은 이래 한국 구상화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겨온 작가의 기념비적인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정물화, 인물화, 드로잉 등 총 5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이 출품된다. 특히 작가의 예술 세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일상 속 사물을 주제로 한 정물화에 초점을 맞췄다.

작가는 "작업은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라 말하며, 메마른 나무상자, 흰 보자기, 바랜 주전자 같은 생명을 잃은 듯한 사물들을 화면 안에서 다시 숨 쉬게 한다. 화면 위에 피어오르는 미묘한 빛과 정교한 형태에는 사물의 외형을 넘어 작가가 마주한 순간의 감정과 시간, 삶이 녹아 있다.

구자승, 자두, 2023, Oil on canvas, 91 x 72.7 cm-s (선화랑 제공)

구자승은 정물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독창적인 지평을 열어 왔다. 한때 차가운 구상회화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그의 작품 내면에는 정적 속에 스며든 따뜻한 숨결과 투명한 빛이 존재한다. 극도로 절제된 화면은 오히려 현실을 넘어선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관람자들을 사물의 본질을 응시하도록 이끈다.

빠른 속도와 이미지 소비 시대에 작가의 작품은 '멈춤'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사물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시간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OCAD 유니버시티에서 수학한 구자승 작가는 국내외 28회의 개인전과 690여 회의 단체전 및 국제전에 참여해 왔다. 상명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등을 지냈고, 오지호미술상 등 다수 수상 경력이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청와대 등에 소장돼 있다.

구자승 작가 (선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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