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한국 사회, 시원하게 풍자할 것"…'홍길동전', 25년 만에 귀환(종합)

29일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기자간담회
손진책 연출 "마당놀이의 비판 정신 약화해 안타까워"

이소연과 함께 홍길동 역에 발탁된 소리꾼 김율희(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오랜만에 '홍길동전'을 다시 하게 된 이유는 요즘 한국 사회의 여러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했습니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손진책 연출은 25년 만에 '홍길동전'을 무대에 다시 올리게 된 이유를 말했다. 그는 "홍길동이 과거에는 신분의 벽을 넘었다면, 오늘날엔 제도·차별·이념·자본의 벽을 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홍길동이 온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 손진책, 연희감독 김성녀, 홍길동 역의 이소연·김율희 등 7명이 참석했다.

'홍길동이 온다'는 극단 미추가 조선시대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마당놀이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각색·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겪었던 불합리한 세상을 청년실업·사회적 단절·불평등 등 오늘날의 현실 문제들과 교차시켜 풀어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 홍길동'의 등장이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가 홍길동 역을 맡는다.

이소연(왼쪽)과 김율희(국립극장 제공)

출연 소감에 대해 이소연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남자 연기라 걱정도, 부담도 컸지만, 한편으론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았다"며 "'멋쁨'(멋지고 예쁨), '잘생쁨'(잘생기고 예쁨) 홍길동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김율희는 "김성녀 선생님께 연락받았을 때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며 "제가 키가 작다 보니, 홍길동의 카리스마를 장착하기 위해 걸음걸이 등에 신경 쓰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희감독을 맡은 김성녀는 25년 전 홍길동 역을 맡았던 '원조 홍길동'이다. "제가 홍길동을 연기했을 때는 플라잉(공중 활공)도 해야 하고, 마술도 익혀야 했다"며 "게다가 남자 역할이라 발성까지 바꿔야 하기에 다른 역할보다 두세 배는 어려운 캐릭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소연 배우는 의젓하고 멋진 홍길동을, 김율희 배우는 통통 튀는 당당한 홍길동을 보여줄 것"이라며 "두 후배가 각자의 색깔로 신출귀몰한 연기를 선보일 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연출 손진책(국립극장 제공)

마당놀이의 비판 정신이 상실된 점에 대해 손진책 연출은 "전두환 정권 시절만 해도 마당놀이는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야유하는 역할을 했다"며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정치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조차 개인의 취향 문제로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이어 "참 안타깝다, 저 역시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마당놀이가 낯선 청년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손 연출은 이렇게 말했다.

"마당놀이는 전통 연희에 바탕을 두고, 고전을 통해 오늘의 시대를 읽기 위한 예술입니다. 서사 구조 때문에 젊은 관객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나 한국인의 DNA 속에는 신명과 리듬, 흥 그리고 끈끈한 정이 숨어 있죠. 마당놀이에 그 모든 것이 녹아 있으니, 젊은 세대도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끼게 될 거라 믿습니다."

플라잉·마술·아크로바틱 등이 함께 펼쳐지는 '홍길동이 온다'는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연희감독 김성녀(국립극장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