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파편을 좇는 기록의 미학"…박인성 개인전 '레지두'
아트 스페이스 '성수나무' 개관전 10월 10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지난 11일 성수동에 새롭게 문을 연 아트 스페이스 '성수나무/Namu Seoul'가 개관 기념으로 박인성 작가의 개인전 '레지두(RESIDUE): 존재, 시간, 색, 기억의 파편'을 선보인다.
10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옛 건물을 개조한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물질과 데이터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동시에 기록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담아낸다.
뉘른베르크에서 수학한 박인성은 필름 촬영과 디지털 스캐닝을 반복한다. 여기에 평면적 긴장을 더하는 독특한 제작 방식을 통해 물질과 데이터의 경계를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기록의 방식과 현존성'을 핵심 주제로 삼아, 현대 미술 담론의 깊은 논의를 끌어낸다.
고원석 평론가는 AI 영화 '허'(Her)를 언급하며 "데이터와 현실의 허구성이라는 주제가 전시 전반에 녹아 있다"고 평했다.
이진명 평론가는 "기록은 보존되는 순간 이미 파괴된 것"이라는 역설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박인성이 천(시간)·지(공간)·인(존재)의 상호작용을 통해 21세기 '파편의 미학'을 구현한다고 평가했다.
전시 타이틀인 '레지두(Residue)'는 '잔여물'의 의미다. 사라진 존재와 시간의 흔적이 색과 신호로 재현되는 과정을 함축한다. 특히 이번 전시가 열리는 공간은 60년대 공장 기숙사 건물로, 그 자체로 시간이 축적된 기록물이다.
작가는 이 공간에 쌓인 기억과 삶의 흔적을 예술적 매체와 색채, 기호로 시각화해 공간 자체를 하나의 기록으로 재탄생시킨다. 관객은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사유하게 된다.
박인성의 고도로 설계된 작업 과정은 우연에 개방되어 있으며,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물질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깊은 예술적, 철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분기점을 제공한다.
성수나무 박민경 대표는 "성수나무는 20여 년간 방치돼 있던 성수동의 옛 공장 기숙사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전시 공간이다"며 "시간과 역사를 품은 이곳은 역량 있는 국내외 신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을 제공하며 우리나라 미술계에 참신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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