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고는 싶지만, 참석하고 싶지는 않다"…정수영 '개인전'
학고재 6월 28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정수영의 개인전 '아이 원 투 비 인바이티드, 벗 아이 돈트 원 투 어텐드'(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가 학고재에서 6월 28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이번 전시회는 정수영이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다. 신작인 '팬트리'(Pantry) 시리즈를 중심으로 회화 작품 30여 점이 출품된다. 작품들은 개인의 내밀한 시간을 포착함과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장면을 통해 보편적 현실의 단면을 비춘다.
팬트리는 음식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보관하는 작은 저장실이다. 원래 주로 빵과 식재료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고안됐지만, 오늘날에는 조미료, 통조림, 주방 기구 등 다양한 물건들 보관하는 장소로 확장됐다.
작가는 이 팬트리를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그 사람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까지 탐색한다. 생활의 흔적이 농축된 이곳이 단순한 수납공간을 넘어 개인의 내밀한 욕망과 불안을 비추는 상징적 공간임을 포착한 것이다.
팬트리를 꽉꽉 채운 물품을 보면 풍요로움이 느껴짐과 동시에 군데군데 빈 공간에서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이중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작가가 캔버스 대신 사용한 리넨은 이러한 감정을 극대화한다. 비어 있는 듯 완전히 비어 있지 않고,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모순적 감각을 담고 있는 물성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화자와 대상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 거리에서 파생되는 감정의 밀도를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데 초점이 맞췄다. 자신이 직접 드러나지는 않으면서도 자신의 시선을 화면 속에 의도적으로 개입시키며, 사물과 맺는 거리를 새롭게 탐색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들인 '인트로버트'(Introvert), '낫 포 포스팅'(Not for posting), '팬트리7'(Pantry7) 등은 그러한 탐색의 결과물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발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 욕실 수전에 비친 반신욕 중인 작가 자신의 모습,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리는 팬트리의 내부 등 모두 1인칭 화자가 은밀하게 화면 안으로 침투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이 장면들은 이전 작업에서 철저히 배제되던 주체의 존재를 서서히 불러들이며, 관람자에게 감정적 거리를 한층 더 밀착시키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작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는다. "초대받고는 싶지만, 참석하고 싶지는 않다"는 전시 제목의 의미가 명쾌해지는 순간이다.
이번 전시는 정수영이 '비가시적 주체'에서 '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시선'으로 회화적 전환을 이룬 중대한 분기점이다. 작가가 안내하는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도 있게 탐색하는 지점으로 따라가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체험할 수 있다.
정수영은 1987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대 회화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18년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플레이 스테이션'(2023, 아뜰리에 아키, 서울)을 비롯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하우스 오브 테이스트'(2024, 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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