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며 자연 속을 거닐다"…화가 강명희의 재조명

개인전, 6월 8일가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서

'강명희-방문 Visit'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화가 강명희의 개인전 '강명희-방문 Visit'이 6월 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는 1972년 한국을 떠나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해 온 여성 작가 강명희를 재조명하는 전시다. 60여 년에 걸친 작가의 화업을 3개의 세부 구성을 통해 선보인다. 세부 구성은 작가의 시공간적 경험과 의식의 흐름을 바탕으로 크게 '서광동리에 살면서', '방문', '비원(祕苑)' 등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관은 작가가 유목민처럼 이동한 장소에서 바라본 자연의 풍경들을 작가의 독특한 구성과 색채 해석으로 담은 작품들을 펼쳐낸다. 전시명 '방문'은 한곳에 완전히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며 작업한 작가의 유목적 태도와 일시적 만남에서 비롯한 예술적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명희, 서광동리에 살면서, 2018-19, 캔버스에 유채, 288x500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광동리에 살면서'에서는 강명희가 2007년부터 제주도에 거주하며 제작한 비교적 최근의 작업과 제주를 중심으로 한 작가의 일상과 연결되는 회화를 소개한다. 이 파트에서는 제주에 자리 잡은 18여년간의 삶과 예술을 함축적으로 선보인다.

'방문'에서는 작가의 프랑스 생활과 해외 각지를 방문했던 여행에서 비롯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남미 파타고니아, 남극, 인도 등 쉽게 접근하기 힘든 장소로 홀연히 떠나 눈앞에서 본 생생한 풍광을 화폭에 담았다.

'비원'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1960-80년대에 제작된 작가의 초기작들로, 최근작에 비해 구상적 성격이 짙고 삶과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화하거나 서술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1972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그린 초기 작품에는 당시 한국의 상황과 작가의 기억이 반영돼 있다.

강명희, 레퀴엠, 2024, 캔버스에 유채, 340x288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강명희의 작품들은 후기로 갈수록 나무, 풀, 꽃, 하늘, 산, 바위, 물 등을 테두리가 뚜렷하게 하지 않게 하고 색감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가 자연의 본질, 자연과 존재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뚜렷한 경계가 아닌 자연스러운 어울림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하다,

또한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기법으로 만들어낸 비정형적 패턴은 자연이 지닌 자유와 절제, 질서와 변칙, 그리고 안정성과 역동성의 조화를 나타내며, 전체적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발산한다.

화사한 분위기의 색감에 일견 잔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러한 작품들은 세계 혹은 자연과의 치열한 대화의 산물이며, 오랜 시간에 걸친 무수한 붓질로 이루어진 것이다. 거듭된 수행과 정화의 과정을 거친 작품은 땅의 역사와 기억, 파괴와 죽음, 생성과 소멸을 함축하고 있다.

그 자체로 한 그루의 꽃나무 같기도 하고, 화사한 작은 정원 같기도 한 강명희의 작품들은 자연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예술의 힘으로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강명희, 접시꽃 蜀葵, 2023, 캔버스에 유채, 97x146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강명희 작가의 회화를 감상하며 관객은 마치 경계 없는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작업적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작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강명희는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난 강명희 작가는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1972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한국 여성 작가로서는 드물게 1980년대에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고국으로 돌아와 제주도에 거주하며 한라산, 황우치 해안, 대평 바다, 안덕계곡 등 작가가 방문했던 구체적인 장소와 자연에서 출발한 추상적 회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