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이 뿜어내는 생명력과 다채로움…이재삼 '달빛 녹취록 2020-2024'
사비나미술관 2월 19일 ~ 4월 20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나무는 목탄의 근원이고, 목탄은 나무의 변형된 형상이며, 숲의 육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숲의 영혼이다."
이재삼 작가의 '달빛 녹취록 2020-2024' 전시회가 19일부터 오는 4월 20일까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가 지난 4년간 작업한 결과물을 집약해 공개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목탄', '검은색', '달빛'을 키워드로 자연이 뿜어내는 오묘한 어둠과 빛의 세계를 탐구한다. 흰 캔버스에 수없이 반복된 목탄 작업은 자연과 인간, 빛과 어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관계를 다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장의 벽면을 압도하는 대작들은 이재삼 작가가 그간 목탄을 밑그림용이 아니라 회화적 가치로 승화시킨 실험의 결정체다. 작품마다 이 작가가 구축한 검은 회화 양식의 독특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2층 '수중월'은 물속에 비친 달을 묘사한다. 자욱한 물안개, 거대한 나무, 달빛에 빛나는 폭포 등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자연의 신비한 생명력을 전한다, 3층 '심중월'은 마음속의 달을 의미한다. 자연 속에서 생명과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을 포착하고 달빛의 에너지를 받아 잠든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깨운다. 4층은 '검묵의 탄생'이다. 작가가 1998~2001년 목탄을 가지고 구성한 초기 작업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가에게 목탄은 단순한 미술재료를 넘어, 숲의 영혼을 환생시키는 신성한 도구다. 온통 어둠을 배경으로 한 그림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는 하얀 빛이 심오한 생명의 기운을 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분명히 흑백으로 된 그림임에도 소나무와 대나무는 푸른 빛을 띠어 보이고, 매화는 연분홍빛을 발하며, 물보라는 달빛을 받은 듯 은은한 노란 빛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재삼 작가는 "목탄은 나무를 태운 '사리'이며, 나는 그 목탄으로 그림을 그려 다시 나무와 숲을 그린다"며 "이는 순환하는 자연의 죽음과 환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목탄의 검은 빛은 검은색이 아닌 검은 공간"이라며 "나의 화두는 그 어둠의 공간 속에서 만물을 비추는 신령한 달빛이 만들어내는 달빛 소리, 달빛 기운, 달빛 냄새를 녹취해 목탄으로 채색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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