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매달고 늘어뜨린 회화를 아시나요?"…샘 길리엄 개인전

전후 미국 회화의 가장 대담한 혁신가 중 한 명, 드레이프 회화 탄생
1991년 韓서 개인전, 대구 강연도 "인연 깊어"…페이스서 3월29일까지

샘 길리엄, Annie, 2022 ⓒ Sam Gilliam. 페이스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샘 길리엄(Sam Gilliam, 1933~2022)은 전후 미국 회화의 가장 대담한 혁신가로 통한다. 1960년대 중반 워싱턴 D.C.의 예술계에 등장한 그는 색면 추상회화의 정신을 확장하고 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르네상스 회화의 색채, 선, 움직임과 모더니즘 예술의 형식주의적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길리엄은 회화와 조각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개척했다.

경력 초기에 지속적으로 시도한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길리엄은 대표작인 드레이프(Drape) 회화를 탄생시켰다. 캔버스를 틀에 고정하지 않고 천장이나 벽에 매달아 추상표현주의의 경계를 확장하고, 매체와 그 감상의 맥락에 근본적인 변혁을 이끌었다.

길리엄은 한국, 일본과 인연이 깊다. 1956년부터 1958년까지 미군 병참과 사무원으로 요코하마에 주둔한 그는 인근의 미술관과 상점, 목판과 공방을 방문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시기 도쿄를 처음 방문해서 처음으로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작품도 감상했다. 이렇듯 일본에서의 경험은 그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1년 당시 워커힐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또 같은 시기 주한미국공보원(USIS) 주최의 예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구의 미국문화원에서 강연했다. 최근의 개인전은 지난 2021년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렸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약 3년 만인 올해 다시 길리엄을 조명한다. 3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후기 작업에서 나타나는 형식, 재료, 프로세스의 실험 정신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드레이프 작업들은 길리엄의 질감, 색채, 규모, 재료를 탐구한 결과물로, 천장에 고정된 코드에 매달려 공간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밖에 2020년 이후 제작한 수채화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길리엄은 1960년대부터 일본 화지에 추상적인 수채화를 그렸다.

Courtesy of David Kordansky Gallery, Los Angeles, photography by Fredrik Nilsen Studio.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