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을 구하러 미륵이 미술관에 내려왔다…이끼바위쿠르르 개인전

폐가, 폐사지 등에 버려진 미륵 찾아 떠난 길…"과거를 품어 미래로"
중생의 두려움 없애고 위로하는 작품 '부처님 하이파이브'…26일까지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전시 전경. 사진 남서원.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 2024. All rights reserved. 아트선재센터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혼란한 시기 미륵을 만나러 미술관에 간다. 미륵보살은 누구인가. 석가모니가 입멸한 뒤 56억 7000만 년이 되는 때 인간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교화시키는 존재. 과거 이 믿음은 현실에 지친 민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그 결과 마을 곳곳 또 깊숙한 곳에 미륵보살상이 자리했다.

시대가 변해 무속신앙이 더는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 이 조각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널브러져 방치돼 있다. 버려져 방치된 미륵보살을 찾아 한 미술작가 그룹이 길을 나섰고, 그 결과물이 이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펼쳐진다.

고결, 김중원, 조지은으로 구성된 시각 연구밴드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을 통해 미륵이 이야기하는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 과거를 품자고 말한다.

2채널 영상과 조각 작품인 '거꾸로 사는 돌'은 이들이 미륵 조각상을 찾아다니며 발견했던 망가진 축사 옆, 태양광으로 가득 찬 폐교와 같은 풍경들을 원경으로 포착하며 장면을 산수화처럼 드러낸다. 현실에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풍경에 녹아든 불상의 모습이 미륵이 지닌 생동감을 그대로 표현한다.

미륵 조각에 한지를 덧대고 숯으로 탁본한 16점의 작품 연작 '더듬기'에서는 이끼바위쿠르르가 미륵을 만지고 느꼈던 경험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들이 미륵 석상이 버려지거나 잊힌 채로 놓인 풍경을 찾아다니며 얻은 깨달음은 '우리들의 산'이란 작품으로 표현됐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들이 만들어 낸 작은 풍경은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은 동양화의 산수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단채널 비디오 작품인 '쓰레기와 춤을'에서는 사운드에 맞춰 율동적으로 움직이는 쓰레기들의 모습이 발견된 미륵상의 모습과 어딘지 닮아 있는 듯하다.

전시의 시작과 끝에서 만날 수 있는 '부처님 하이파이브'란 작품은 부처님 손 모양이 전부이다. 관람객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부처의 손짓은 사실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고 위로한다는 의미를 지닌 손 모양 '시무외인'과 다름없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이끼가 덮인 바위를 뜻하는 '이끼바위'와 의성어 '쿠르르'를 의미한다. 땅과 공기 사이의 좁은 경계에서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이끼의 모습을 작업 태도에 반영한다. 유료관람.

부처님 하이파이브〉, 2024, 시멘트, 철, 38 × 19 ×70cm. 사진 남서원.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 2024. All rights reserved. 아트선재센터 제공.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전시 전경. 사진 남서원.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 2024. All rights reserved.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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