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겹의 상태가 잠재하는 성질의 추상적 표현…양문모 개인전

'다중선 그리기'…마테리오갤러리서 21일까지

'다중선 그리기'(Multiline Rendering) 전시 전경, 마테리오 갤러리, 2023. 출처: 마테리오 갤러리. 사진: 온아트 스튜디오.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마테리오갤러리는 오는 21일까지 양문모 작가의 개인전 '다중선 그리기'(Multiline Rendering)를 개최한다.

양문모의 회화는 여러 겹의 상태가 잠재하는 성질의 추상적 표현들로 점철돼 있다.

그의 회화에는 다양한 색이 능란하게 사용되며 부분적으로 뒷면의 채색이 앞면에 드러나기도 하고 앞면에 겹쳐 올린 물감이 압도적으로 짙게 발색하기도 한다.

형태는 거침없이 그려진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도드라지는 구석 없이 점진적인 움직임을 따른 듯한 느낌을 전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관점의 충돌에서 파생되는 결과물을 캔버스 위에 남긴다"고 말한다.

작가가 전시 제목으로 삼은 '다중선 그리기'는 오토캐드에서 건축도면을 그릴 때 많이 사용하는 기본 명령어로, 사용자가 작도하는 중심선을 기준으로 여러 개의 선을 동시에 그려 넣으며 일반적으로 도면의 기초가 되는 벽체를 만든다.

다중선(Mline)을 현실의 환경적 조건에 예속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사실 가상 공간에서 떠 있는 채로 무한한 경우의 수를 동반한다.

그의 그리기는 선택과 동시에 중지되는 수, 그리고 중지와 동시에 이어질 수가 그림에 되먹임되며 추동된다.

이런 양문모의 회화적 전략은 1인칭적인 인격성을 적극적으로 밀어낼 때 획득될 수 있는 일종의 사물화된 시점에서 기인하며 그리는 행위와 바라보는 시점 사이의 존재론적 우위를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는 듯 보인다.

양문모는 2010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회화와 무대 디자인을 공부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