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시기·질투만 한다고요?…'정년이'는 다릅니다

여성 국극 소재 웹툰 '정년이' 창극으로 재탄생…17~29일
"여성 소리꾼의 성장과 연대 무대로"

국립창극단 창극 '정년이'. (국립창극단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엄니, 국극 마치고 박수 소리 들으면 컴컴해서 봬지지도 않던 관중석이 보여요. 눈앞이 훤해지고 세상 만물이 내 안으로 들어옵디다. 엄니, 나 눈감고 살기는 글렀어라."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 국극(國劇)을 소재로 한 웹툰 '정년이'가 창극으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창극단은 오는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신작 '정년이'를 공연한다.

2019년부터 4년간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 '정년이'(글 서이레, 그림 나몬)는 당대 최고의 소리꾼을 꿈꾸는 목포 소녀 윤정년이 서울에 올라와 여성 국극단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여성 국극은 소리·춤·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극 중 모든 배역을 여성이 연기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전쟁 직후 최고의 대중예술로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르다.

국립창극단은 "100여 년의 창극 역사 중 한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국극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국극 무대에 담긴 여성 소리꾼들의 꿈을 향한 열망, 시대적 외침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년이'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국립창극단원 이소연(왼쪽)과 조유아. (국립창극단 제공)

주인공 윤정년 역은 국립창극단 배우 이소연과 조유아가 맡았는데, 이들이 선보일 색다른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이소연과 달리 조유아는 구성진 소리로 감초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정년이를 연기하는 마음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전에 제가 창극 배우를 꿈꾸며 '국립극장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떠올라 정년이의 마음을 십분 공감했어요."(이소연)

"정년이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국립창극단에 들어오고 싶었죠. 큰 무대에 서고 싶었거든요. 웹툰에선 보지 못했던 생생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드릴게요."(조유아)

내로라하는 여성 창작진도 합세했다. 전통예술에서 연극의 원형을 탐구해온 연출가 남인우는 연출뿐 아니라 제16회 차범석희곡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와 대본을 완성했다. 작창·작곡·음악은 국립창극단과 창극 '흥보씨' '패왕별희' '나무, 물고기, 달' 등의 흥행작을 만든 만능소리꾼 이자람이 맡았다.

남인우 연출은 미디어에서 흔히 소비되는 여성상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년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여성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다룬다는 점이죠. 왜 여자들끼린 질투하고 시기한다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리잖아요. 그런데 작품 속 인물들은 악인이 없어요. 궁극적으론 연대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이자람 감독은 "원작의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만화가 지닌 공간적 상상력을 입체적인 음악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