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가 넘치는 정물화?…'그리자유' 기법 대가 바르셀로 개인전

'그리자유: 빛의 연회장'展 타데우스 로팍 서울서 4월15일까지

미구엘 바르셀로, 작은 동물(La petite bête), 2021. 캔버스에 혼합매체, 235 x 235 cm (92.52 x 92.52 in). 사진: Charles Duprat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오는 9일부터 4월15일까지 스페인 작가 미구엘 바르셀로(Miquel Barceló)의 개인전 '그리자유: 빛의 연회장'(Grisailles: Banquet of Light)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중세화가들이 사용했던 기법인 그리자유는 단색조의 색을 사용해 그 명암과 농담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법을 말한다. 바르셀로는 단색조의 색채 위에 얇은 색조의 층위를 켜켜이 더하면서 반투명한 화면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그리자유 회화 전통에 경의를 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은 17세기 네달란드 회화와 스페인 정물화(bodegón)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정물화라는 회화적 장르에 근간을 두면서도 바다와 자양물, 그리고 삶의 순환과 작가와의 관계성에 그 초점을 맞춤으로써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에는 칼과 해골, 그리고 책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유한함을 의미한다. 이들은 생명과 부활을 상징하는 꽃다발이나 과일이 담긴 그릇과 같은 식물적 요소와 대비돼 배치되면서 의미가 더욱 고조된다.

뱀장어나 문어, 새우, 성게 등 바르셀로가 거주하는 섬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해양 생물도 등장하는데, 이는 환경운동가이자 지지자인 작가가 관람객에게 그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를 장려하기 위함도 내포돼 있다.

차려진 테이블 주위로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품에는 특유의 활기가 넘친다.

정물화란 본디 움직이지 않는, 생명이 없는 대상을 담은 회화인데 바르셀로에게 정물화란 더 이상 정적인 것이 아니다.

기존의 원칙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형식적 접근을 취하는 작가는 활력이 넘치고 동적인 새로운 정물화를 선보인다. 작품 속 대상들에 대해 그는 '그들이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이야기한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캔버스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가 묘사하듯 '먼지 나고 지글지글거리는' 목탄은 캔버스 위에 얹혀진 선명한 안료들과 한 데 섞이며 아우러지기도 하고, 하얀 바탕의 바다 거품이나 이끼가 연상되는 두터운 질감으로 쌓이기도 한다.

존재는 부재와 균형을 이루고, 유색은 흑백과, 조화로움은 불안전성과, 풍요는 결핍과, 그리고 삶은 죽음과 그 균형을 맞춘다.

갤러리는 이번 전시가 현대 사회에 시급한 질문 중 하나인 쇠퇴와 회복에 관해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