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전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서울공예박물관이 27일부터 11월27일까지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고 유리지(1945~2013)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327점의 기증을 기념해 개관 이후 첫번째 기증특별전시 '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를 개최한다.

유리지는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1세대 작가다. 1970년대 미국 유학 이후 국내 현대 금속공예의 성립과 발전 과정에 크게 기여한 공예가, 교육자, 미술관인이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1916~2002)의 장녀이기도 하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해 유리지의 전 생애 작품과 우리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예가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했다. 자연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서정적 풍경을 표현한 금속공예 작품을 비롯하여 장신구, 환경조형물, 장례용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유리지는 작품 활동과 함께 1981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 교수로 재직했다. 2004년 우리나라 최초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인 '치우금속공예관'을 설립해 2010년부터는 관장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금속공예를 연구·전시하고 차세대 공예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힘썼다. 하지만 2013년 2월 백혈병으로 갑자기 타계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개관 준비 단계부터 현대 금속공예 대표작가인 유리지의 위상과 그가 남긴 작품과 자료의 가치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유리지의 작품과 자료를 관리해 온 유족은 숙고 끝에 총 126건 327점(37억2800만원 상당)에 이르는 작품을 수증하며 기증특별전시를 개최하게 됐다.

유리지의 시대별 대표작품과 더불어 유리지와의 협업으로 유자야(여동생, 섬유공예가, 전 고은보석 대표, 현 유리지공예관 관장)가 제작·판매하였던 귀금속 장신구와 칠보은기, 황금찻잔 등의 고급 금속공예 제품 컬렉션도 함께 기증됐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기증특별전시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유리지의 주요 작품을 감상하며 일상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공예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시길 바란다"며 "동시에 박물관의 현대금속공예 컬렉션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여 우리 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교류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지의 기증 작품을 비롯하여 개관 전후 서울공예박물관에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기증한 이봉주(국가 무형문화재 유기장 명예보유자) 등 금속공예가 9인의 다양한 작품도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이들은 김승희, 김여옥, 서도식, 신혜림, 이봉주, 정영관(1958~2020), 정용진, 조성혜, 최현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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