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코부즈까지 품에 안은 룬, 적수가 없다

룬 1.6 버전 화면 모음
룬 1.6 버전 화면 모음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유료 음악 플레이어 룬(Roon)의 기세가 매섭다. 최근 앱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미국의 고품질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Tidal)에 이어 프랑스의 코부즈(Qobuz)까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제 국내 음원을 제외한 클래식이나 재즈, 록, 팝 등 웬만한 외국 음원은 모두 룬을 통해 한 자리에서 듣고 관리하며 즐길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상황은 이랬다. 룬은 2015년 5월 독일 뮌헨오디오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음원을 관리하고 재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해당 앨범과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세련된 앱 화면으로 보여주는 점이 솔깃했다. 더욱이 타이달이라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룬 앱에서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점이 획기적이었다. PC나 NAS에 담아둔 음원과 최소 CD 품질(16비트/44.1kHz)을 자랑하는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을 한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룬은 또한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하드웨어와도 연동돼 음질을 보다 개선시킬 수 있는 점이 오디오파일들의 생리에 맞았다. 즉 RAAT(Roon Advanced Audio Transport)라는 프로토콜을 개발, 스트리밍을 위한 하드웨어(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이 RAAT를 채택할 경우 스트리밍의 안정성 및 음질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했다. 컴퓨팅이 이뤄지는 전용 하드웨어(룬 코어)를 이용할 경우에는 더욱 깨끗한 소릿결과 정숙한 배경을 즐길 수도 있다.

룬은 처음 술루스(Sooloos)라는 작은 회사에서 만든 네트워크 음악재생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술루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9년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업체 메리디안(Meridian)에 인수됐고, 메리디안은 2015년 2월 술루스 팀을 룬 랩스(Roon Labs)라는 이름으로 분사시켜 룬을 탄생토록 했다. 룬 랩스 사령탑은 술루스의 창업자인 에노 반더미어(Enno Vandermeer)가 맡았다.

한편 룬은 미국 래퍼 제이지가 2016년 1월 인수해 화제를 모은 타이달을 처음부터 지원해 오디오파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타이달이 MP3 수준(320kbps)이 아닌, CD 수준(1411kbps)의 곡을 무압축 FLAC 파일로, 그것도 4000만곡이나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타이달은 2017년 1월 최대 24비트/384kHz 고해상도 음원을 손실없이 압축해서 전송할 수 있는 코덱인 MQA(Master Quality Authenticated)를 지원, 또 한번 도약했다.

흥미로운 것은 MQA 자체가 룬 랩스의 모회사인 메리디안이 2014년 개발한 코덱이라는 점. 이런 배경으로 인해 룬은 2018년 5월 ‘1.5’ 버전 무료 업그레이드를 통해 MQA 음원을 소프트웨어로 디코딩(해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로써 24비트/44.1kHz, 48kHz, 88.1kHz, 96kHz 음원까지는 별도 하드웨어 없이도 룬을 통해 완벽히 재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런 룬이 1월23일 '1.6'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코부즈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타이달과 코부즈, 두 서비스는 저마다 강점이 있다. 음반 카탈로그를 비교해보면, 타이달은 팝과 힙합 장르에서, 코부즈는 클래식과 재즈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클래식을 즐기는 국내 오디오파일들이 유독 코부즈를 선호하는 이유다. 코부즈 역시 MQA 코덱은 아니지만 24비트 고해상도 음원 스트리밍과 유료 다운로드를 지원한다. 타이달 입장에서는 룬과 결합된 점이 큰 매력이었는데, 이마저도 이번 1.6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코부즈와 나눠 갖게 됐다.

실제 룬 1.6 버전을 돌려보니 코부즈의 가세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았다. 그동안 타이달 검색에서 아쉬움이 컸던 여러 클래식 앨범들이 수두룩하게 코부즈에서 발견될 때는 마치 보석을 찾은 듯했다. 해당 음원이 타이달인지, 코부즈인지, 아니면 사용자가 PC에 갖고 있는 음원인지 알려주는 기능도 강력했다. 비주얼한 화면과 다양한 읽을거리, 태그를 통한 자신만의 라이브러리 구축 기능은 여전하다.

현재 필자는 타이달과 코부즈, 그리고 국내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로 멜론 하이파이를 이용하고 있다. 멜론 하이파이는 주로 국내 음원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들을 때 사용한다. 하지만 집에서 제대로 스트리밍 음악을 들을 때는 노트북 화면에서 룬을 플레이시켜 내장 음원이나 외장 음원, 그리고 타이달과 코부즈를 이용한다. 물론 멜론도 노트북이나 PC에서 쓸 수 있는 전용 앱이 있지만 그냥 자사 앱일 뿐이다. 만약 타이달이나 코부즈가 국내 음원까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그래서 룬을 통해 카더가든의 '명동콜링' 등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면,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