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관객이 공연 중 동전 던지고 나간 '서푼짜리 연극'

세월호 침몰 당시 선원·해경 등 관계자 증언 옮긴 연극 '킬링 타임'

연극 킬링타임 공연 장면 (사진=임인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관객 한 명이 100원짜리 동전을 공연 중인 무대로 던졌다. 동전이 쇳소리를 내며 권정훈 배우의 발 근처에 떨어졌고 이리·조경란·최순진 배우를 지나 무대 뒤로 굴러갔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블랙텐트에서 개막한 연극 '킬링타임'에서 벌어진 돌발상황이다.

출연진이 흔들림 없이 공연을 이어갔고, 동전을 던진 관객은 "사람 죽게 생겼는데 뭐하는 짓이야"라며 객석에서 벌떡 일어나 극장 밖으로 나갔다. 이마까지 붉게 달아오른 그는 퇴장하기 전까지 모두 3개의 동전을 무대를 향해 던졌다. 몸에서 소주 진내를 강하게 내뿜은 그가 술기운 탓인지 배우의 연기와 실제 사건을 구분하지 못한 탓이다.

연극 '킬링 타임'(Killing Time)은 세월호 선원과 해경 관계자의 증언을 그대로 옮겨 구성한 작품이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2014년 4월16일 당시 최초 신고를 접수한 오전 8시52분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5차 브리핑을 발표한 오후 4시30분까지를 다룬다. 세월호 승객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 타임'이 왜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킬링 타임'이 됐는지가 증언을 통해 시간순으로 재구성된다.

4명의 배우는 시간대에 따라 제주 관제센터(VTS) 직원, 중대본 직원, 세월호 항해사 등 다양한 인물의 증언을 번갈아 연기한다. 공연은 관객이 상황을 이해하기 쉽도록 무대 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평상복을 입는 배우들이 장면에 따라 무대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육성으로 관계자의 증언을 사실적으로 연기할 뿐이다.

공연 초반엔 어느 배우가 어떤 관계자를 맡았는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관객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역할 구분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구조를 담당해야 할 모든 관계자가 재난 상황을 회상하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루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관계자에 의해 잘못을 지적받은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역부족이었다'는 공통된 답변으로 일관한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에 나온 권정훈 배우의 독백은 세월호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시간을 지켜봤다. 관습에 의해 구조의 의무는 사라졌다. 관리들은 대통령에게 멋진 그림을 뽑아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다했고 대통령은 자리를 비웠다. 경황이 없어서, 당연히 지시할 줄 알아서 구조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시간을 놓아버렸다. 1분1초의 시간이 쌓여 101분에 이르렀고 배는 결국 침몰했다."

술 취한 관객이 현실과 연기를 착각해 무대로 동전 3개를 던진 행동에서 현대연극의 거장 브레히트가 쓴 서사극 '서푼짜리 오페라'를 떠올리게 했다. 신랄한 사회 풍자와 비판적 웃음으로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된 '서푼짜리 오페라'처럼 연극 '킬링 타임'도 변명과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한국 사회를 적확하게 묘사해서다.

'서푼짜리'란 말은 가난한 자에게 부담이 없을 만큼 '싸구려'라는 의미로 쓰인다. 마침 '킬링 타임'을 비롯해 임시 공공극장 블랙텐트에서 공연하는 모든 작품은 공연 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지만, 경제적 부담이 없는 무료 공연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무료. 문의 페이스북 페이지 블랙텐트(www.facebook.com/theaterblack).

연극 킬링타임 포스터 (사진=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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