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분단과 이산의 아픔 안고 산 장한 어머니 표현하겠다"

나문희·박인환, 뮤지컬 '서울 1983'에서 이산가족찾기 아픔 담은 부부 연기

뮤지컬 '서울 1983'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우리나라의 장한 어머니가 많습니다. 그들을 대표해서 잘 연기해보겠습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서울 1983' 제작발표회에서 나문희는 자신이 맡은 역할인 '돌산댁' 역에 대해 "작정하고 강하게 살고 싶어 산 엄마가 아니라 환경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강하게 살게 된 인물"이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 1983'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모티브로 한 시니어 뮤지컬. 6·25 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고통, 그리고 이산의 아픔을 안고 고단한 삶을 살아온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공연은 당시 화제를 모았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상록수', '꽃마차', '울릉도 트위스트' 등의 옛 명곡 가요와 창작 뮤지컬 넘버(삽입곡) 25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문희는 한국전쟁 때 남편과 헤어진 후 홀로 네 명의 자식을 키우는 여주인공 '돌산댁' 역을, 박인환은 그녀의 남편 '양백천' 역을 맡았다.

나문희와 박인환은 1990년 드라마 '몽실언니'를 시작으로 사위와 장모, 어머니와 아들, 부부까지 다양한 역할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연극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 '서울 1983'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 News1

나문희는 "박인환은 같이 일할 때 지나치지 않고 각자 자기 일만 열심히 하게 만드는, 참 알맞은 사람"이라며 "'서울 1983'은 마치 다큐멘터리 같아 다른 연기 감정보다 살아있는 것을 표현하면 되는데 박인환씨는 그냥 남편이라 생각하고 믿고 연기할 수 있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박인환 역시 "나문희 선배는 할머니부터 어머니, 장모 역할까지 연기의 폭이 넓어 여러 모로 쓰임새가 많은, 흔하지 않은 연기자"라 극찬했다.

뮤지컬 '서울 1983'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 News1

나문희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노래만 들으면 감정을 하나도 만들지 않아도 내 가슴에 감정이 가득 찬다"며 "뮤지컬이 사람한테 이렇게 많은 감동을 주는지 미처 몰랐다. '서울 1983'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노래를 통해 저와 한 마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문희는 과거 '비 내리는 고모령', '아가씨와 건달들' 등 뮤지컬 작품에 출연했었다. 하지만 뮤지컬 삽입곡이 대부분 가요로 채워지는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에 노래를 접하고 입도 떼기 어려웠다. 연습하는 20일 동안 죽음을 경험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김덕남이 "이 작품을 음악성보다 연극성으로 봐달라"고 하자 "감독님 섭섭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뮤지컬인데 음악이 중요하다. 세종로에 포스터 붙어 있는데 그 책임을 느끼고 사람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 '뮤지컬 배우'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한편 연출 김덕남은 "이 작품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아픔을 준 1950년 한국 전쟁부터 1983년까지 고단한 삶을 산 어머니, 아버지, 그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며 "뮤지컬이 최근 들어 20~30대의 고유문화처럼 됐는데 서울시뮤지컬단이 젊은 세대 외의 다양한 연령층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서 10월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가격 3만~11만원. 문의 세종문화회관 (02)399-1000, 인터파크 1544-1555.

뮤지컬 '서울 1983'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 News1

y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