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임홍순, "'위로공단'은 미술과 영화의 경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 박정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 작가 중 역대 최고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홍순 작가의 '위로공단'(Factory Complex)은 미술작품일까, 아니면 영화일까.
임흥순 작가는 14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 영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작품은 미술과 영화의 경계에 있다"며 "미술에서 출발해 영화를 만들었기에 스스로 작가이자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은사자상 수상의 비하인드 스토리, '위로공단'의 의미 그리고 국내 개봉일정 등을 놓고 문답이 오고 갔으나 특히 '위로공단'이 미술과 영화 중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위로공단'의 미술상 수상 자체가 일반인에게 문화충격인 셈이다.
'위로공단'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상 작품이다.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여성노동의 변천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 여성의 노동 실태를 9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 담아냈다.
'위로공단'은 애초 2015년 하반기에 일반관객에게 개봉할 예정이었다. 언제 개봉하느냐는 질문에 김민경 프로듀서는 "아직 개봉관이 확정되지 않았다. 하반기인 7~9월 중에 관객을 찾아가려고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담회에 동석한 오동진 평론가는 "수상하고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그보다 더 일찍 일반관객들과 만날 것"이라고 했다.
임 작가에 따르면 수상 전에 베니스 비엔날레 조직위 측에서 임 작가와 김 프로듀서에게 귀뜸을 했다. 두 사람이 국내일정으로 조기귀국을 준비하자 조직위에서 시상식 전날에 전화가 걸어 만류했다. 임흥순은 "수상을 알고 있었으나 조직위에서 어떤 상을 주는 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흥순은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에 초청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오쿠이 총감독에 대해 피상적인 수준에서 알았다. 그가 미국에서 정치를 공부하고 예술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작업을 해왔다는 정도였다. 2014년 부산영화제에서 '위로공단'을 상영할 시기였는데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위로공단'이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잘 맞는다며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했다"고 말했다.
'위로공단'은 한국노동운동의 역사를 축약하는 형태로 잘 정리돼 있다. 이 작품을 제작한 배경에 대해 그는 "예전에 그 많던 구로공단 공순이가 어디로 갔을까? 그것이 맨 처음 질문이다. 그러나 주제를 정해놓고 시작하지 않았다. 내가 금천 예술공장 레지던시에 2년간 머물면서 구로공단 지역에 대해 돌아볼 계기가 됐다"고 말하며 "식상한 얘기지만 그 공순이가 알고보니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였다"고 웃었다.
실제로 그의 어머니는 40년동안 봉제공장에서 '시다'로 근무했다. 임흥순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건강이 악화돼 이제는 공장일을 안 하신다"고 대답하며 "어머니가 '위로공단'을 아직 관람하지 못 했지만 수상 소식을 듣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의 여동생은 백화점 의류매장과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했으며 형수는 보험설계사로 감정 노동직군에 일하고 있었다. 그는 '위로공단'을 제작하면서 총 65명을 인터뷰했고 그중 22명의 증언을 작품 속에 담았다. 그중 남성은 '동일방직 사건'을 촬영한 사진가 단 한 명만 등장한다. 남성 노동자들이 파업한 여성 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끼얹은 사건을 찍은 그는 현상된 필름을 보면서 울었다고 증언했다.
작품의 통일성을 위해 김PD가 남성을 빼자고 건의하자 임흥순은 "그의 시선이 바로 내 시선이다"라며 꼭 집어넣기를 고집했다. 그는 "제목 '위로공단'의 의미 자체가 내 어머니이자 누이인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작품일정에 대해 "작품 하나를 제작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 작품씩 진행하지 않고 2~3개 작품을 동시에 진행한다. 다음 작품도 지금 준비중인데 여성의 시각으로 아시아를 포괄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또한 7월말 일본에서 일본작가와 함께 영상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일상에 담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에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우리가 입는 옷, 신발, 이런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영화를 보면서 한번쯤 생각해볼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특히 취준생이나 30~40대 여성들이 자기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위로공단'이 미술작품이냐 아니면 영화냐는 질문을 전문가들의 입장도 미세하게 결이 달랐다.
이날 간담회의 사회를 맡은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와 미술이 만나 '영화+미술'이 아니라 다른 제 3의 것이 탄생했다. 요즘 미디어아트 등 토탈아트가 경계가 무너지면서 임흥순 감독이 새로운 지점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영화 작업에 좀더 치중하는 모습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행사에 동석한 아르코 미술관 김현진 관장은 "이미 미술이 미디어로 작업한지 오래됐다. 국내에서는 이런 혼란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더이상 낯설지 않아서 '미디어 아트'라고 부르기보다 그냥 '미술작업'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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