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환자 안전 좌우하는 칼륨, 집에서도 바로 확인한다
손끝 채혈로 1분 만에 칼륨 측정…투석환자 40명에서 정확도 확인
유태현 세브란스병원 교수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기 전 대응할 수 있어"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말기콩팥병 환자에게 치명적인 고칼륨혈증을 병원 방문 없이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손가락 끝에서 채혈한 소량의 혈액만으로 혈중 칼륨 농도를 측정하는 휴대용 자가측정기가, 기존 병원 대형 장비 검사와 거의 동일한 정확도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철호·유태현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은 말기콩판병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끝 모세혈을 이용한 칼륨 자가측정기의 임상적 정확성과 신뢰도를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투석 시작 직전 손끝 모세혈을 채혈해 자가측정기로 칼륨을 측정하고, 동시에 투석 라인을 통해 채취한 정맥혈을 병원 중앙검사실로 보내 기존 표준 장비로 칼륨 농도를 분석했다.
혈중 칼륨 농도는 심장 박동과 신경·근육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전해질이다. 특히 만성콩팥병, 그중에서도 혈액투석을 받는 말기콩팥병 환자에게 고칼륨혈증은 치명적인 부정맥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칼륨 측정은 병원을 방문해 정맥혈을 채혈한 뒤 대형 분석 장비로 검사해야 했다. 채혈부터 결과 확인까지 시간이 걸리고, 검사 간격이 길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당뇨 환자가 집에서 혈당계를 사용하듯, 칼륨을 일상적으로 자가 측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가락 끝을 가볍게 찔러 나온 소량의 모세혈을 일회용 검사지에 떨어뜨린 뒤, 휴대용 전기화학 측정기로 수십 초 안에 칼륨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연구에 적용했다. 혈당측정기와 유사한 형태의 이 장비는 최소 10마이크로리터(㎕)의 혈액만 필요해 손가락을 세게 짜내야 하는 불편도 줄였다.
분석 결과, 모세혈을 이용한 자가측정기 결과는 병원 중앙검사실에서 측정한 혈청·혈장 칼륨 수치와 매우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두 측정값을 비교한 회귀 분석에서 기울기는 1.04로, 거의 동일한 값을 반영했다. 측정값의 차이를 분석하는 방법인 블랜드-알트만 분석에서도 오차 범위는 임상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에 머물렀다.
여러 차례 반복 측정에서도 결과는 안정적이었다. 칼륨 농도 2~9mM 범위에서 측정값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변동계수(CV)는 5% 미만으로 유지됐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측정했을 때 결과가 얼마나 일관되게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자가측정 기기로서 충분한 재현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한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리튬 등 다른 전해질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측정 정확도가 유지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칼륨 이외의 이온 간섭에 의한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즉, 실제 환자의 혈액 환경에서도 칼륨을 선택적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유태현 교수는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집이나 직장, 여행지 등 일상 공간에서 스스로 칼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고칼륨혈증을 조기에 감지해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기 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호 교수도 "정맥혈 검사가 절대 기준으로 여겨지던 칼륨 측정에서, 모세혈만으로 임상적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고령화와 당뇨병 증가로 만성콩팥병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환자 자가 관리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만성질환 관리 구조가 변했다는 것을 뜻한다. 고칼륨혈증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정기 검사 사이의 '공백 시간'이 위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자가측정이 가능해질 경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칼륨 변화를 더 촘촘히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신장학회 임상 학술지(Clinical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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