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결핵 유병률, 국내 평균의 7배…"북한 통계 과소추정 가능성"[김규빈의 저널톡]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
장인호·한희상 고대의대 연구팀 "사회 보건 불평등·인프라 드러내"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탈북민의 결핵 유병률이 국내 평균보다 최대 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10년 탈북민의 결핵 환자는 10만 명당 466명, 2019년에도 95명으로 국내 평균(28명)의 약 세 배에 달했다. 북한의 결핵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이 수치는 북한 통계가 공식 통계보다 과소 추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16일 장인호·한희상 고려대의대 공동 제1 저자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NHIS)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탈북민의 결핵 유병률과 다제내성결핵(MDR-TB·일반 항결핵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 발생률이 국내 거주자보다 현저히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탈북민 3만 5620명과 연령·성별을 맞춘 국내 거주자 10만 7016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북한 주민의 결핵 실태를 직접 조사하기 어려운 한계를 고려해, 탈북민의 의료 데이터를 '북한 보건의 거울(sample reflection)'로 활용했다. 분단 이후 서로 다른 결핵 관리 체계를 운영해 온 두 나라의 상황을 반영하면, 탈북민의 건강 상태는 북한 보건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간접 지표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탈북민의 결핵 유병률은 지난 2010년 10만 명당 466명에서 2019년 95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평균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국내 결핵 환자는 282명에서 28명으로 감소했다. 두 집단을 비교하면 탈북민의 결핵 위험은 국내보다 334세와 65세 이상에서 두드러졌고, 국내는 65세 이상에서 집중됐다.
탈북민의 폐외결핵(폐 이외 장기에서 발생하는 결핵) 비율은 36~46%로 국내와 비슷했지만, 다제내성결핵 발생률은 더 높았다. 면역 저하, 영양결핍, 장기간의 스트레스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의 결핵 환자가 매년 10만 명당 약 500명 수준이라고 발표해 왔다. 그러나 탈북민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북한이 발표한 결핵 통계보다 실제 환자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의 결핵 통계는 사실상 30년 가까이 멈춰 있다. WHO 자료에 따르면 결핵 발병률(1년 동안 새로 걸린 비율)은 매년 10만 명당 513명으로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 수치는 2015년 한 차례 실시된 유병률(현재 결핵을 앓는 사람의 비율) 조사를 근거로 추정된 것이다. 즉,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결핵 감시 체계와 검사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당국이 집계하는 환자 수가 현실보다 적을 가능성도 크다.
같은 아시아 지역의 결핵 고위험국인 필리핀과 비교해도 차이는 뚜렷하다. 필리핀의 결핵 발생률(1년 동안 새로 걸린 비율)은 2022년 기준 10만 명당 638명으로 북한보다 높지만, 3000개 현미경 검사소와 488개 유전자 진단센터를 운영하며 환자를 신속히 찾아내고 추적하는 체계를 갖췄다. 반면 북한은 진단 장비가 매우 부족하고, 내성결핵 검사 접근성도 낮아 실제 환자 수가 줄어 보고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의 다제내성결핵 발생률은 전체 결핵 환자의 약 3% 수준이지만, 북한은 2018년 기준 10만 명당 13.5명으로 6배 가까이 높았다. 북한의 치료 성공률도 2012년 86%에서 2018년 75%로 낮아졌다. 이는 약제 감수성 검사를 충분히 시행하지 못하고, 치료제 공급이 불안정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관찰 기반의 후향적 분석으로, 탈북민 데이터를 북한 전체 인구를 대표하는 지표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기록에는 임상 확진 결과가 포함되지 않아 일부 수치가 실제보다 적거나 많게 추정됐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탈북민의 동반 질환과 면역 상태를 함께 고려해 보다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결핵을 단순한 감염병이 아니라 북한 사회의 보건 인프라와 불평등 구조를 드러내는 지표"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결핵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WHO와 민간단체의 협력, 국제적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 5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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